공유경제 바람이 분다. 가장 돋보이는 건 최근 빠른 속도로 영토를 넓히는 '공유오피스'다. 1인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비용효율과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공유오피스로 모여든다. 그러나 단점도 드러났다. 지나친 출점경쟁으로 적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건물주와 입주기업간 임대차분쟁도 일어난다. 국내 대기업들이 뛰어들어 시장포화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니S>는 산업계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공유오피스시장을 집중 조명하며 바람직한 상생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공유오피스 영·토·확·장] ④·끝 같은 듯 다른 '오피스 환경'


공유오피스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스타트업과 1인기업의 전유물이던 공간에 대기업까지 입주한다. 공유오피스는 관리비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월 임대료에 모든 부가비용을 포함해 1인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을 내세운다. 서울 내 공유오피스 평균 임대료는 '프라이빗 오피스' 공간 기준 1인 월 70만원대. 별도 지정 좌석이 없는 '핫 데스크'는 월 30만원대다. 입주사는 필요한 기간 동안 이용하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공간 임대가 아닌 '플랫폼'

지난달 25일 찾은 위워크 을지로지점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위워크는 전세계 27개 국가, 100개 이상의 도시에 425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약 4만5000개의 입주사와 40만명 이상의 멤버가 등록돼 있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위워크는 사무공간 임대업체가 아닌 플랫폼에 가까웠다. 업무공간과 별도로 마련된 강의실, 수유실, 스크린골프장, 전자다트장 등 입주사를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일반 사무실에서는 체험하기 힘든 스크린골프, 전자다트 등 휴게공간은 업무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이날 개방형 공간인 핫 데스크에서 만난 프리랜서 김현희씨(33)는 "위워크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며 "사무공간 환경이 업무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 을지로지점에서 열린 네트워킹 파티. /사진=류은혁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 을지로지점에서 열린 네트워킹 파티. /사진=류은혁 기자
위워크 을지로지점 휴게공간, 스크린골프 게임룸. /사진=류은혁 기자
위워크 을지로지점 휴게공간, 스크린골프 게임룸. /사진=류은혁 기자

위워크 멤버는 해외 출장시에도 세계 주요 도시의 위워크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만약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로 출장을 간다면 현지 지점에서 곧바로 회의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위워크 관계자는 "우리는 오피스 공유를 넘어선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위워크 자체앱을 통한 회의실, 여가공간 예약 등 기본적인 서비스 이용을 비롯해 타임라임 기능을 활용하면 전세계 각 지점의 소식과 입주사 멤버들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워크 을지로점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저녁에는 일본 홋카이도 관광청 주최로 '네트워킹(교류) 파티'가 열렸다. 입주 업체를 대상으로 홋카이도를 홍보하는 자리이면서 음식과 사케 등을 나누며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날 기자가 참여한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많은 입주사 직원들이 피아노연주를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도 모르는 사람들과 합석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위워크 을지로점에 입주한 김동현 모두컴퍼니 대표는 "(공유오피스가) 도심권역에 위치해 커뮤니티 모임과 업무 미팅에 유리하고 교통도 편리하다"며 "공유오피스는 운영비용 절감은 물론 인원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어 앞으로 계속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입주사들은 위워크의 개방적인 시스템이 한국 기업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이빗 오피스라고 해도 사무실 간격이 좁고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위워크를 찾는 이유는 공간 공유 외에도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업체 워크플렉스 역삼점 프라이빗 오피스에서 업무를 해봤다. /사진=류은혁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업체 워크플렉스 역삼점 프라이빗 오피스에서 업무를 해봤다. /사진=류은혁 기자

◆장점만 모은 한국형 공유오피스

한국 기업정서에 맞춘 공유오피스 없을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워크플렉스 역삼점은 '한국형 공유오피스'에 가까웠다. 이날 찾은 워크플렉스 역삼점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역삼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롯데자산개발은 지난 1월2일 강남N타워 7~9층 3개층에 워크플렉스 역삼점을 오픈했다. 이곳은 최신 설비와 외관 등을 갖춘 신축 건물에 들어선 공유오피스로 총 860석 규모다.

워크플렉스 역삼점 8층은 자유롭게 좌석을 선택하는 공용라운지다. 분위기는 전망 좋은 카페 같았다. 이곳에서 음료를 비롯해 커피·맥주를 마시며 일할 수 있다. 칸막이로 나뉜 프라이빗 오피스는 기존 사무실과 흡사했다.

이날 실제로 이용해본 결과 이용자 입장에서 많은 부분을 배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라이빗 오피스 통유리문에 시트를 붙여 나만의 사무실이라는 인상을 줬다. 또 강남 테헤란로가 내려다보이는 곳곳에 안마의자 등 휴게공간을 조성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워크플렉스 관계자는 "롯데몰 운영에서 쌓은 소비자 트렌드 분석자료 등을 활용해 공유오피스 이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존 공유오피스 선발주자의 운영 노하우와 이용자 후기 등을 분석해 만든 한국형 공유오피스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안마기기 이용가능한 워크플렉스 역삼점. /사진=류은혁 기자
안마기기 이용가능한 워크플렉스 역삼점. /사진=류은혁 기자

이날 워크플렉스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다인실 각 좌석에 배치된 13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사무용 의자다. 오랫동안 근무하는 입주사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공유기자재로 보인다.

워크플렉스 역삼점은 문화행사나 네트워크 파티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공유오피스 업체와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워크플렉스 역삼점 입주사 관계자는 "다른 공유오피스 업체와 달리 조용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모든 입주기업이 개방형 공유오피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도 갈린다"며 "대외적인 커뮤니티보다 본인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를 찾는다면 워크플렉스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유오피스 입주를 고려하는 사업자는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공유오피스는 단순 임대가 아닌 각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곳이어서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