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공개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 지름은 160억㎞에 달한다. /사진=EHT 홈페이지 캡처
사상 최초로 공개된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모습. 중심의 검은 부분은 블랙홀과 블랙홀을 포함하는 그림자이고, 고리의 빛나는 부분은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다. 관측자로 향하는 부분이 더 밝게 보인다.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5억 배, 지름은 160억㎞에 달한다. /사진=EHT 홈페이지 캡처

블랙홀이 사상 처음으로 인류에게 공개됐다. 블랙홀은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연구팀은 10일 오후 1시(한국시간 밤 10시) 연구결과 발표회를 통해 블랙홀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은 도넛 모양의 노란 빛 가운데 검정색 원형이 정확히 포착됐다. 마치 불에 타고 있는 반지처럼 오렌지색과 노란색이 원형을 이루고 있고 한 가운데 검정색 구멍이 드러났다. 

EHT 프로젝트는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실제 사진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의 가장자리인 '이벤트 호라이즌'을 촬영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로, 블랙홀의 가장 가까운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촬영하는데 주력해왔다. 

EHT 연구진은 전파망원경 8개로 구성된 EHT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거대은하 가운데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 4월 5~14일까지 6개 대륙에 있는 8개 망원경으로 관측을 시작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종합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데 성공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등을 통해 연구진은 M87의 초대질량 블랙홀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이미지는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에 위치한 블랙홀이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M87의 이벤트 호라이즌이 약 400억km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의 그림자보다 80% 작다는 것을 밝혔다.


이번에 포착된 블랙홀은 100여년 전 아이슈타인이 제기했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물체가 존재하면 그 주변 시공간은 그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고 질량이 크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이후 1919년 영국 천문학자 에딩턴과 두 탐험대가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 빛이 1.61초 휘는 것을 관측해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상대성이론이 검증된지 딱 100년이 되는 올해 이 상대성이론을 진짜 증명하게 된 것이다.

이번 블랙홀 촬영은 미국 하와이, 칠레, 프랑스, 남극 등 세계 9곳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연결해 만든 사진으로 지난 2012년 출범한 EHT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다. 연구팀에는 한국 과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8명이 동아시아관측소(EAO) 산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과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이번 연구에 기여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거로, 그간 가정으로 존재했던 블랙홀을 이제부터 실제로 연구하게 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앞으로 EHT 관측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브뤼셀 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미국 워싱턴, 대만 타이페이, 중국 상하이, 칠레 산티아고, 덴마크 린그비 등 6곳에서 동시 생중계됐고 인터넷으로도 전세계에 실시간 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