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값 20원, 우리도 받기 싫습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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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DB |
편의점주들이 비닐봉투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소소한 먹거리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편의점 특성상 규모가 작은 비닐봉투 활용도가 높지만 관련법상 20원의 봉투값을 받아야해서다. 일부 고객은 '굳이 그걸 받냐'며 반발하지만 점주입장에서는 신고가 들어가면 거액의 과태료를 물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0원 때문에…점주·고객 실랑이
현재 비닐봉투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의거, 20원의 비닐봉투값을 소비자로부터 받고 제공해야 한다. 무상제공 후 단속에 걸리면 최대 3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문다.
사실 이법은 시행된지 꽤 오래된 법이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이 고객 편의를 이유로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점주들도 비닐봉투를 무조건 무상으로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다행히 최근 소비자들의 환경인식이 변화하며 비닐봉투 유상제공에 수긍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 문제는 아직도 20원의 봉투값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고객이다. 이에 영업현장에서 점주와 고객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비닐봉투 유상제공에 반발하는 고객은 점주들의 속을 긁는 유형이 많다. 일단 20원을 받는다고 하면 "그냥 무상으로 달라"고 떼를 쓰는 식이다.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서 부자되시겠네"라며 비꼬는 말을 던지는 고객도 있다.
한 편의점주는 "봉투값 20원은 점주 수익으로 잡히지도 않는다"며 "이를 잘 모르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속이 상할 뿐"이라고 푸념했다.
비닐봉지값 20원은 환경부담금이라 사실상 점주 수익과 관계가 없다. 하지만 본사 정책상 비닐봉투는 점주 사비로 구입해야 한다. 편의점 비닐봉투는 각 점주가 본사에 소모품으로 발주해 구입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차라리 비닐봉투를 소모품이 아닌 편의점 의무 판매 제품으로 만들어 매장에서 당당히 판매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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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
◆살인도 난 유상봉투 제공, 점주들 "해결책 달라"
편의점 본사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CU(씨유)·GS25·세븐일레븐 등은 올 상반기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닐봉투 환경부담금 수취 관련 홍보물을 전 가맹점에 부착했다. 환경부담금 취지를 안내하기 위해서다. 또 점주에게 반드시 결제 전 환경부담금을 안내하도록 교육해 비닐봉투값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실제로 '봉투값 20원을 환경부담금을 이유로 받고 있습니다'란 홍보글을 카운터 앞에 게시한 후 고객들의 항의가 잦아졌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객들은 여전히 점주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한 편의점주는 "고객과의 실랑이가 싫어 본사 몰래 단골에게는 비닐봉투를 무상제공하고 있다"며 "이것(비닐봉투 유상제공) 때문에 살인사건도 나지 않았나. 괜히 긁어부스럼 만드느니 무상으로 주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봉투값 20원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흉기로 찌르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환경부담금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고객 1~2명의 반발 때문에 점주들은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또 다른 편의점주는 "고객들도 20원 때문에 신용카드를 한번 더 내미는 상황"이라며 "고객과 점주 모두가 불편한 이상한 환경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봉투 소재를 종이나 바구니로 교체해야지 20원 받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영업현장을 고려한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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