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버스터즈 채연. /사진=장동규 기자
사진은 버스터즈 채연. /사진=장동규 기자

◆‘펭수’로 뜬 EBS, ‘보니하니’로 빨간불

지난 10일 ‘보니하니’ 측이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당당맨’으로 출연 중인 최영수가 MC인 버스터즈 채연을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먹니’로 출연하는 박동근 또한 채연에게 ‘리스테린 소독한 X’, ‘독한X’ 이라는 성희롱성 발언과 욕설을 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제작진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명중 EBS 사장은 지난 11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 폭행과 성희롱 발언 논란이 불거진 출연자 최영수와 박동근을 출연정지시킨다고 밝혔다. 또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모든 프로그램 출연자 선정 과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또한 폭력적인 장면과 언어 성희롱 장면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은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공영방송 EBS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남성 출연자들의 폭행과 성희롱 논란이 일고 있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와 관련해 김명중 EBS 사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사진=EBS ‘보니하니’ 캡처.
/사진=EBS ‘보니하니’ 캡처.

◆"터질게 터졌다" EBS 과거 논란 수면 위

이번 '보니하니' 사건으로 과거 방송도 재조명되며 논란이 가중됐다. '보니하니'는 EBS를 대표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임에도 계속해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며 어린 시청자들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기 때문.

'보니하니' 과거 방송분에서도 누군가를 때리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수는 과거 14대 '보니'로 출연한 가수 안형섭을 수차례 때렸다. 당시 어린이 시청자와의 통화를 앞둔 상황에서 최영수는 안형섭의 팔과 가슴, 어깨 부분을 연달아 내리쳤다. 최영수는 안형섭에게 "미안하다 아프냐"라면서 "운동해"라며 또다시 주먹으로 어깨를 때렸다.

박동근도 12대 '하니' 에이프릴 진솔에게 "눈 시원하게 해주는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진솔의 눈을 향해 물을 뿌렸다. 그러자 진솔은 비틀거리며 눈을 부여잡았다. 또 박동근이 채연의 목을 조르는 영상도 확산됐다. 과거 채연은 박동근을 향해 장난감 총을 들고 "빨리 담아 가방에"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동근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채연의 목을 잡았고 이후 화면은 정지되며 마무리됐다.


이외에도 박동근은 채연의 입술에 김밥을 가져가 문지르며 먹기를 강요하고 과자를 주는 척하면서 입안에 손가락을 넣는 등의 행동을 해 논란이 됐다. 현재 해당 영상들은 모두 비공개 처리가 된 상황이다.

/사진=마블링 제공
/사진=마블링 제공

◆국민청원에도 방심위, 제재 ‘불가능’

‘보니하니’ 관련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청와대 게시판에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1일 게시된 ‘공영교육채널 EBS ****에서 일어난 청소년 방송인을 향한 언어폭력, 신체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청원에는 현재 7만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계 전반에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규정에는 아동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안전과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이 없다”며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복지를 위한 담당 인력 배치 등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12일 방심위에 따르면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 안건을 만들어 통신심의소위원회 5인 위원들에게 안건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다. 방심위는 이 콘텐츠가 EBS 공식 유튜브에서는 삭제됐지만 다른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돼 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심의 대상 내용은 ▲소리는 났지만 때리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은 화면 ▲"너는 리스테린으로 소독한, 그리고 독한" 이라고 하는 화면 ▲목을 거세게 잡아 조르는 화면 ▲물병을 눌러 짜서 눈에 물을 뿌리는 화면 등 4가지 유형이다. 이 게시물에 대해 방심위 통신소위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국내 서버에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삭제 조치하고 해외 서버의 경우 접속 차단 조치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방송을 통해 송출된 것이 아니어서 방심위가 EBS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방심위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심의하고 제재할 수 있지만 논란이 된 영상은 방송사업자가 '유튜브'를 통해 스트리밍했기 때문에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EBS 제공
/사진=EBS 제공

◆제재 불구 비난 여론 ‘계속’

EBS의 이 같은 조치에도 시청자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논란은 출연자들이 미성년자에게 한 행동, EBS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BS가 사장 명의로 사과하고 논란이 된 최영수, 박동근을 즉각 출연 정지시켰지만 그동안 두 사람이 채연에게 했던 행동들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문제의 영상들이 계속 게재되는 상황이다. 

EBS가 출연 정지, 방송 중단, 제작진 교체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비난과 문제점 지적이 '보니하니'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보니하니'가 EBS를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인 만큼 폐지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2주 뒤 방송 재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제작진 전면 교체가 결정된 만큼 새로운 제작진 및 출연진이 정해져야 하고 이들간의 촬영 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한 모양새다.

EBS '보니하니'와 관련된 폭행논란으로 프로그램 중단이 결정된 가운데 '슈퍼스타' 펭수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펭수는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EBS의 인지도를 크게 높인 펭귄 캐릭터다. 

지난 13일 EBS는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에서 폭행·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 최영수와 박동근의 '자이언트펭TV' 출연 영상을 삭제했다. 두 사람이 등장한 ‘자이언트펭TV'의 펭수전, 펭벤져스 등의 에피소드와 '아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 영상물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EBS는 편집 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펭수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면서 EBS의 이미지는 교육적이고 교양적인 교육방송사의 이미지에서 예능적인 재미가 더해진 친근한 방송사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4000회가 넘는 EBS의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에서 벌어진 일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계속되는 비난 속에 EBS는 얼마나 빨리 대책을 마련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