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을 입은 학생들. /사진=뉴스1
롱패딩을 입은 학생들. /사진=뉴스1

“롱패딩 가고 숏패딩 왔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말이다. 겨울 패션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롱패딩의 시대가 저물고 숏패딩 전성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는 롱패딩족들이 장악하고 있다. 롱패딩의 인기는 정말 시들었을까.

◆롱패딩, 유행템에서 스테디셀러로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아우터 트렌드는 바로 숏패딩이다. 최근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1990년대 유행하던 짧고 빵빵한 근육맨 패딩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이런 패딩을 가리켜 ‘푸퍼(Puffer‧복어)’라고 하는데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일제히 ‘쇼트 푸퍼’를 선보였다.


국내에도 올해 소재나 핏, 컬러를 다양화한 숏패딩들이 대거 등장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구스 롱다운을 숏패딩 버전으로 재해석한 ‘수퍼 에어 다운 자켓’을 선보였다. 네파가 플리스와 숏패딩을 결합해 출시한 ‘피오패리스’는 1차 물량이 완판된 데 이어 2차 리오더 물량이 누적판매율 90% 이상을 기록 중이다. K2의 ‘포디엄 서킷 숏패딩’은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52%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숏패딩 트렌드에 물음표를 던진다. 거리는 전부 롱패딩이 점령한 상황이기 때문. 일각에서는 이 같은 트렌드가 의류업체들이 숏패딩을 팔기 위해 만든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주변 10명 중 8명은 롱패딩을 입고 다닌다”며 “롱패딩 하나만 있어도 겨울 내내 입으니까 패션업계에서 새 옷 판매를 위해 숏패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말처럼 롱패딩은 스테디셀러가 됐다. 단순히 유행을 넘어 겨울나기용 필수 아이템이 된 것. 이미 롱패딩을 구매할 사람들은 모두 구매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국내에서 롱패딩은 강추위가 찾아온 2017년에 인기 정점을 찍었다. 이후부터 구매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17년 9~12월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 매출에서 롱패딩 비중이 81.1%였으나 이듬해 같은 기간에는 58.1%로 떨어졌다.


또한 스포츠브랜드 다이나핏이 지난 2~9일 소비자 6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의 패딩 구매주기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 이상인 55%가 ‘2~3년에 한번’을 꼽았다. 판매 고점을 찍은 2017년 겨울에 롱패딩을 구매했다면 지난해에나 올해는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롱패딩 인기 하락설, 상술일까

다만 업계에서는 상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업계에서 미는 주력상품이라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유행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며 “롱패딩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다보니 갑자기 뜨는 다른 제품군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패션업계는 숏패딩뿐 아니라 플리스, 하이브리드 재킷 등 다양한 디자인의 아우터가 인기를 끌었다. 타임커머스 티몬이 지난 10월부터 12월3일까지 판매한 겨울 아우터 상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숏패딩은 전년 매출 대비 79%, 플리스는 170%로 대폭 증가했다.

비교적 추위가 덜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11월부터 한파가 본격화되는데 올해 11월은 예년 대비 기온이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월 평균 기온은 상순 11.6도, 중순 5.5, 하순은 5.7도로 평년보다 각각 10.2도, 6.8도, 4.6도 높았다.

다만 12월부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롱패딩의 상승세가 전망된다. 실제로 수능 한파가 나타난 11월14일 전후로 롱패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영향을 고려해 다시 롱패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밀레는 신상 롱다운 ‘GTX 타모르 다운’을 출시했다. 고어사의 신규소재 ‘고어텍스 인피니엄’을 적용해 보온성과 신축성을 강화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기존 롱패딩 ‘레스터’에 구스 충전재로 기능성을 강화한 프리미엄 라인 ‘레스터G’를 선보였다. 노스페이스도 메가히트 아이템 ‘수퍼 에어 다운’을 업그레이드하고 민트, 라이트 베이지, 와인 등 다양한 컬러로 출시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한파와 함께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지며 철 지난 트렌드로 여겨졌던 롱패딩이 다시금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올겨울 플리스, 숏패딩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던 업계도 갑작스러운 추위를 예상이라도 한 듯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상 롱패딩을 선보이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