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약, 정책 등을 총망라한 산업계가 패러디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패러디 마케팅은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지만 자칫 독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임팩트’를 주는 데 집중하면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일부의 경우 상표권 위반 등 치열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다. 지식재산권 경쟁사회에서 상표권 분쟁은 그야말로 ‘세계대전’이다. 나라마다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예외 사례가 많은 만큼 논쟁 요소도 많다. 패러디마케팅의 성공·실패 사례를 살펴보고 상표권 분쟁의 법률적 조언도 들어봤다.<편집자주>


[MoneyS Report] 상표권 분쟁 돋보기
②-상표권 분쟁 3대 사건

지식재산권 경쟁사회에서 상표권 분쟁은 그야말로 ‘세계대전’이다. 국내뿐 아니라 다수의 해외 선진국은 먼저 상표권을 등록한 사람이 주인이라고 인정하는 ‘선출원주의’를 택하지만 예외의 사례가 많다. 이를테면 제3자가 타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부정한 목적의 금전적인 이득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상표권 분쟁 사례를 살펴보고 변호사의 법률적 조언도 들어봤다.
불스원샷과 레드불은 '붉은 황소' 모양의 유사한 로고 때문에 법정 다툼을 벌였다. /사진=불스원
불스원샷과 레드불은 '붉은 황소' 모양의 유사한 로고 때문에 법정 다툼을 벌였다. /사진=불스원
①달리는 방향 바뀐 ‘붉은 황소’

중견 자동차용품 생산업체 불스원은 엔진세정제 ‘불스원샷’으로 유명하다. 1997년 출시된 불스원샷은 유명 연예인의 광고로 자동차업계를 넘어 대중적인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회사의 상징인 ‘붉은 황소’의 상표권 사용에 법적 제동이 걸렸다.

오스트리아 회사 레드불은 에너지드링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불스원샷과 연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레드불 산하의 스포츠팀들이다. 레드불은 2005년 레이싱팀이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에 참가해 챔피언십 우승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당시 대회에서 붉은 황소를 상표로 사용했다. 황희찬 선수가 뛰는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도 레드불 소속 팀이다. 레드불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음료 홍보를 하는 만큼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불스원이 레드불과 비슷한 붉은 황소 모양의 상표를 사용한 것은 2010년경이다. 이전에는 정면을 보거나 얼굴만 있는, 아니면 사람처럼 서있는 황소였다. 레드불처럼 오른쪽으로 돌진하는 황소 모양으로 바뀐 것은 전남 영암에서 열린 대회 직후였다. 상표 변경의 이력을 추적한 것이 법원 판결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불스원은 2011년 붉은 황소 모양의 상표를 출원해 2014년 2월 등록을 마쳤다. 레드불은 같은해 9월 특허심판원에 불스원의 상표등록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심판원의 기각으로 법원까지 간 사건에서 1심인 특허법원은 “붉은 황소가 외국 수요자 사이에 특정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특허소송은 당사자의 침해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2심제로 진행한다. 대법원은 특허법원과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2심에서 “레드불의 자동차 레이싱팀이 외국에서 상당한 인지도가 있고 스포츠 이벤트와 불스원샷의 자동차 유지·보수 성능이 관련있으므로 경제적인 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스원은 논란을 의식해 한차례 로고를 변경하기도 했다. 붉은 황소가 오른쪽으로 돌진하는 형상에서 현재의 왼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사리원'과 '갤럭시'. /사진제공=각사
'사리원'과 '갤럭시'. /사진제공=각사
②“사리원이 어딘가요?”

사리원은 북한 황해도 봉산군의 군청 소재지다. 사리원이 고향인 이북 할머니의 손맛을 3대째 이어온 ‘사리원불고기’는 국내뿐 아니라 필리핀에 10호점까지 낸 글로벌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사리원불고기 대표 라모씨는 2018년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냉면전문점 ‘사리원면옥’의 대표 김모씨를 상대로 상표권 등록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사리원면옥도 사리원 태생의 고 김봉득 일가가 한국전쟁 피난 직후인 1952년 충남 대전에서 시작한 음식점이다. 지금 3대인 손자 김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1996년 특허청에 사리원면옥이라는 이름을 등록해 독점사용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결론부터 말하면 상표권 등록이 무효화됐다. 사건의 쟁점은 사리원면옥이 상표권을 갖고 있고 수십년의 전통을 이어왔지만 널리 알려진 지명을 특정 개인이 독점해선 안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독도 참치’ 등도 독점 상표권을 인정받았다가 무효 판정을 받은 바 있다.


③대기업에 빼앗긴 상표권

1959년 설립된 오리엔트시계의 ‘갤럭시’. 오리엔트는 1976년 주식 상장, 2001년 한국 브랜드파워 3년 연속 1위,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시계 지정 등을 통해 알려진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갤럭시 상표권 분쟁은 전통 시계 브랜드와 국내 굴지의 글로벌 IT기업 삼성이 맞붙은 전쟁이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스마트워치 브랜드 ‘기어’를 ‘갤럭시워치’로 변경했다. 하지만 오리엔트는 무려 34년 전인 1984년부터 갤럭시라는 이름을 써왔다. 오리엔트는 갤럭시의 상표권 등록도 한 상태였다.

오리엔트는 삼성의 갤럭시워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소송에 돌입했다. 오린엔트는 삼성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상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갤럭시가 스마트폰 외 여러 IT 기기에서 사용된 이름이고 스마트워치와 일반시계는 다른 분야라고 주장했다.

최근 두 회사는 권리양수를 통해 분쟁을 종결했다. 2013년 시작된 갤럭시 공방은 두 회사가 상표권을 양수하는 데 합의하며 끝났다. 오리엔트는 갤럭시 관련 상표를 삼성전자에 넘겼다. 2003년 바이오기업을 인수해 2005년 업종을 변경, 현재 사명은 오리엔트바이오다. 조서희 삼성전자 IM 차장은 “오리엔트의 상표권을 양수한 것이 맞고 금액은 비공개다”라고 밝혔다.

[변호사 Tip] 조연빈 법무법인태율 변호사

조연빈 변호사
조연빈 변호사
상표권은 부정경쟁 방지와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 유사한 이름을 사용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뿐 아니라 이와 같은 상표의 등록도 금지한다. 상표권 분쟁에 있어 국내 법원은 해당 상표의 ▲등록 여부 ▲등록결정 기준일 ▲고의성 ▲선사용 상표의 인지도 ▲사용기간과 방법 ▲영업상 신용과 매출규모 ▲거래실정 등의 다양한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어느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일반인의 인식이 매우 중시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국내 상표법은 등록주의를 취해 상표의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등록한 상표를 우선 보호하되 예외적으로 선사용 상표권을 인정하므로 특정 상표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선사용과 상표의 존재 여부, 유사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