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케플러의 세 법칙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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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는 플라톤의 정다면체를 이용해 태양계의 행성 궤도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후 행성의 운동을 설명하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다. 바로 티코 브라헤의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서 그 안에 숨어있는 우주의 작동 원리를 찾아내려는 시도다. 그의 노력은 결실을 거둬,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다음 세 법칙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1. 행성은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 궤도를 따라 공전한다. 2. 태양과 행성을 잇는 선은 같은 시간에 같은 면적을 쓸고 지나간다. 3.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타원의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케플러가 1·2법칙을 발표한 시점은 1609년이지만 3법칙은 무려 10년 뒤 발표된다. 3법칙의 발견이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케플러의 3법칙은 ‘조화(Harmony)의 법칙’이라 불린다. 영어의 하모니(Harmony)는 음악의 ‘화성’이라는 뜻도 있다. 귀로 들었을 때 조화롭게 들리는 서로 어울리는 음들이 있다.
가장 조화로운 두 음은 한 옥타브 차이가 난다. 기타줄 하나를 골라 손가락을 대지 않고 튕겨 소리를 내고 다음에는 같은 줄의 정확히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소리를 내면 한 옥타브 차이의 두 음을 들을 수 있다. 이때 두 음의 진동수는 1대2 비율로서 간단한 정수비가 된다. 으뜸화음을 이루는 도, 미, 솔의 진동수 비는 4대5대6으로 또 간단한 정수로 표현된다. 정수비를 이루는 음들은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화음이 된다.
케플러의 세번째 법칙을 다시 보자. 거리를 세번 곱하면 주기를 두번 곱한 값에 비례하므로 2와 3이라는 간단한 두 정수가 들어있다. 몇개의 공리로 시작해 모든 과정이 명징하게 진행되는 것이 유클리드 기하학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 케플러는 우주의 창조자인 신을 기하학자로 생각했다. 중세의 신학자에게는 너무나도 자명한 얘기였으리라.
창조자인 신이 우주를 설계할 때 사용한 단순하지만 멋진 법칙이 존재하며 이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확신으로 케플러는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지난 글에서는 플라톤의 정다면체로 행성 궤도를 설명하려다 실패한 케플러의 좌절과 슬픔을 얘기했다. 수학자 신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이야기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행성의 운동에 관한 그의 세 법칙에서 케플러는 기하학자인 신을 다시 발견한다.
끈질긴 노력 끝에 2와 3이라는 간단한 정수를 찾아내 신이 만든 우주의 조화로움을 발견했다고 확신했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뻤을지. 케플러의 환희를 독자도 한번 떠올려 보길. 신을 믿든 아니든, 과학자를 추동하는 힘은 바로 이런 발견의 기쁨이다. 2와 3을 발견한 사람이 케플러라면 그 이유를 발견한 이는 바로 뉴턴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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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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