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으로 '1000억' 상장사 꿀꺽… '좋은사람들' 쉼 없는 잡음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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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범 30년 남짓한 패션 속옷기업 ‘좋은사람들’이 쉼 없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작전을 통해 주식 발행가액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적자로 돌아서면서 실적은 악화됐고 내수시장에서도 좋은사람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이슈도 불거져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이다.
좋은사람들의 시작은 야심찼다. 1993년 5월 창립해 자사 브랜드로 보디가드, 예스, 섹시쿠키, 제임스딘, 돈앤돈스, 1st올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백화점, 일반점, 전문점 등 전국 2000여곳으로 판매처를 확대했고 국내 속옷기업 중 '톱5' 매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새 주인이 나타나면서 회사의 운명이 달라졌다. 수장으로 오른 이는 이종현 대표.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이기도 하다. 그가 실권을 잡고 난 뒤 좋은사람들은 최대주주 실체, 무자본 M&A 등 각종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자금유치에 성공한 34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같은 날 좋은사람들의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은 1740원으로 결정됐다. 이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확정 발행가액이 높게 산정된 것이다. 업계에선 만약 이날 좋은사람들이 상한가를 기록하지 않고 전날(17일) 종가인 1960원 수준에 주가가 형성됐다면 총 증자금액 348억원 중 70억원이 사라졌을 것으로 본다.
상한가 배경으론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좋은사람들이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시장에 진출한 점이 꼽힌다. 실제 좋은사람들은 ▲13일 손소독제사업 본격 진출 ▲16일 마스크&손소독제 위생용품시장 진출 ▲17일 미국 ABG그룹에 마스크·손소독제 등 납품 추진 등 기산일을 의식한 듯 공격적인 자료 배포에 나섰다.
문제는 해당 사업들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내부 관계자는 “마스크사업은 유상증자에 앞서 상한가를 위한 일시적 작업”이라며 “사업 진행 여부도, 좋은사람들에선 전문적으로 마스크사업을 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좋은사람들 노조는 이 대표 취임 후 사내유보금 유출과 핵심자산 현금화 등 무자본 인수가 의심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름 탄탄하게 유지되던 재무구조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좋은사람들은 매출 1266억원,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03억원이다. 200억원에 달하던 사내유보금도 1년 만에 20억원으로 10분의1 토막이 났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오기 전엔 없던 매출채권 46억원이 생기는 등 유보금은 줄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돈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자금 출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무자본 인수 등 대표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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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 본사 사무실 전경. 좋은사람들 브랜드들이 전시돼 있다/사진=머니S |
좋은사람들의 시작은 야심찼다. 1993년 5월 창립해 자사 브랜드로 보디가드, 예스, 섹시쿠키, 제임스딘, 돈앤돈스, 1st올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백화점, 일반점, 전문점 등 전국 2000여곳으로 판매처를 확대했고 국내 속옷기업 중 '톱5' 매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새 주인이 나타나면서 회사의 운명이 달라졌다. 수장으로 오른 이는 이종현 대표.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이기도 하다. 그가 실권을 잡고 난 뒤 좋은사람들은 최대주주 실체, 무자본 M&A 등 각종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자금유치에 성공한 34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의혹 하나. ‘마스크’ 작전주로 주가 띄우기
지난달 18일. 좋은사람들의 주가는 상한인 30%(615원) 급등하며 2665원으로 마감됐다. 이날은 유상증자 발행가액 기산일.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1차, 2차 발행가액과 기준 주가를 비교해 산출되는데 3월12~18일 주가의 가중산술평균치와 18일 하루의 주가를 산술평균으로 나눠 할인율 30%를 적용해 구해진다.같은 날 좋은사람들의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은 1740원으로 결정됐다. 이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확정 발행가액이 높게 산정된 것이다. 업계에선 만약 이날 좋은사람들이 상한가를 기록하지 않고 전날(17일) 종가인 1960원 수준에 주가가 형성됐다면 총 증자금액 348억원 중 70억원이 사라졌을 것으로 본다.
상한가 배경으론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좋은사람들이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시장에 진출한 점이 꼽힌다. 실제 좋은사람들은 ▲13일 손소독제사업 본격 진출 ▲16일 마스크&손소독제 위생용품시장 진출 ▲17일 미국 ABG그룹에 마스크·손소독제 등 납품 추진 등 기산일을 의식한 듯 공격적인 자료 배포에 나섰다.
문제는 해당 사업들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내부 관계자는 “마스크사업은 유상증자에 앞서 상한가를 위한 일시적 작업”이라며 “사업 진행 여부도, 좋은사람들에선 전문적으로 마스크사업을 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좋은사람들은 마스크 업체와 전략적 제휴만 맺었을 뿐 구체적 사업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사람들 제휴기업 중 더말코리아는 마스크팩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다.
내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박’을 쳤다던 마스크 판매도 허상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좋은사람들이 판매했다는 마스크는 보디가드 전문점에서 사은품 개념으로 주던 황사마스크로, 과거에 팔다 재발주를 넣지 않고 매장에 갖고 있던 재고라는 설명이다. 98%가 팔렸다는 해당 재고는 약 4000장. 시가로 따져도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주가를 올릴 정도로 이익에 영향을 주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ABG그룹으로의 마스크, 손소독제 판매 계약도 협의 시작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KTP투자조합의 출자회사 세 곳은 지분 양수도계약을 통해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이 됐고 이들 회사 지분은 각각 20%대에 그친다. 결국 제이에이치W의 실질적인 주주는 나머지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던 제이에이치(JH)리소스였다. 제이에이치는 이종현 대표가 지분 100% 소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기자금 35억원과 대출금 15억원을 포함, 50억원 만으로 시가총액 1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를 손에 쥐게 됐다.
내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박’을 쳤다던 마스크 판매도 허상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좋은사람들이 판매했다는 마스크는 보디가드 전문점에서 사은품 개념으로 주던 황사마스크로, 과거에 팔다 재발주를 넣지 않고 매장에 갖고 있던 재고라는 설명이다. 98%가 팔렸다는 해당 재고는 약 4000장. 시가로 따져도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주가를 올릴 정도로 이익에 영향을 주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ABG그룹으로의 마스크, 손소독제 판매 계약도 협의 시작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마스크 매장 판매 수량은 많지 않아 알려진 내용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마스크와 손소독제 사업은 현재 구체적이진 않지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사업다각화에 목적이 있는 사업으로 주가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의 좋은사람들 인수는 논의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먼저 그의 투자 전력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뒤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우가 많았다. KJ프리텍과 동양네트웍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가 인수한 기업이 매각된 직후 상장폐지(제이앤유글로벌)되거나 파산신청(KJ프리텍)을 하는 등 석연찮은 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가 기업 사냥꾼 세력의 일원이라고 본다. 최근까지도 그는 사기, 회사자금 불법 인출, 횡령 등 혐의로 많은 고소·고발을 당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진행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내부 불신이 터져 나왔다. 당시 대규모 자금 조달은 필요하지 않던 상황. 자금 용도 중 상당부분 사전 이사회를 통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내부 주장이다.
그럼에도 새 경영진의 유상증자는 강행됐고 더 큰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최대 출자자가 실제와 다르게 보고된 점이 드러났다.
경영권 인수 당시 이 대표가 밝힌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의 실질 지배자는 KTP투자조합(지분 66.67%)이다. KTP투자조합은 이 대표 가족의 투자 이력이 있는 동양네트웍스, 에스모, 디에이테크 등 3개사가 투자해 결성한 조합이다.![]() |
마포구 양화로에 위치한 좋은사람 빌딩 외관 /사진=머니S |
의혹 둘, 이종현 대표는 기업사냥꾼
시선은 다시 이종현 대표에게 쏠린다. 내부에서 그는 ‘유령 경영인’으로 통한다. 경영을 한다곤 하지만 회사에서 본 적도 내부 활동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이 대표와 함께 온 임원들도 유상증자 등과 같은 외부활동을 주로 하는 인물로 패션이나 유통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이 대표의 좋은사람들 인수는 논의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먼저 그의 투자 전력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뒤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우가 많았다. KJ프리텍과 동양네트웍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가 인수한 기업이 매각된 직후 상장폐지(제이앤유글로벌)되거나 파산신청(KJ프리텍)을 하는 등 석연찮은 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가 기업 사냥꾼 세력의 일원이라고 본다. 최근까지도 그는 사기, 회사자금 불법 인출, 횡령 등 혐의로 많은 고소·고발을 당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진행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내부 불신이 터져 나왔다. 당시 대규모 자금 조달은 필요하지 않던 상황. 자금 용도 중 상당부분 사전 이사회를 통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내부 주장이다.
그럼에도 새 경영진의 유상증자는 강행됐고 더 큰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최대 출자자가 실제와 다르게 보고된 점이 드러났다.
의혹 셋. 최대주주 실체… 새나가는 돈의 행방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KTP투자조합의 출자회사 세 곳은 지분 양수도계약을 통해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이 됐고 이들 회사 지분은 각각 20%대에 그친다. 결국 제이에이치W의 실질적인 주주는 나머지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던 제이에이치(JH)리소스였다. 제이에이치는 이종현 대표가 지분 100% 소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자기자금 35억원과 대출금 15억원을 포함, 50억원 만으로 시가총액 1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를 손에 쥐게 됐다.
좋은사람들 노조는 이 대표 취임 후 사내유보금 유출과 핵심자산 현금화 등 무자본 인수가 의심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름 탄탄하게 유지되던 재무구조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좋은사람들은 매출 1266억원, 영업손실 91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03억원이다. 200억원에 달하던 사내유보금도 1년 만에 20억원으로 10분의1 토막이 났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오기 전엔 없던 매출채권 46억원이 생기는 등 유보금은 줄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돈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자금 출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무자본 인수 등 대표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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