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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되어 있는 미군 헬기들.(자료사진) 2019.2.13/뉴스1 © News1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되어 있는 미군 헬기들.(자료사진) 2019.2.13/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역동적인 전력 전개'에 따른 미국의 병력 재배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독미군 재배치 결정은 핵심 동맹국에 주둔한 병력도 언제든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역동적인 전력 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DFE)에 따라 인도태평양·유럽·중동 등 전 세계에서 병력 최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라 나온 표현이 '순환 배치 확대'와 '전략적 유연성 강화'이다. 미 국방부는 주독미군 감축 결정을 발표할 때도 근거로 이들 두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도 이러한 미국의 구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외신 보도를 통해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지자 이를 부인하면서도 "우리는 역동적인 전력 전개와 같은 추가적인 개념, 새로운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더 많은 순환 병력 배치를 계속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소속 A-10(선더볼트-Ⅱ) 대전차 공격기 6대가 한반도에서 3000여㎞ 떨어진 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에서 훈련을 하고 복귀하는 일이 있었다. 여기에도 미국의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 확대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공군은 이번 훈련에 대해 "언제, 어디든지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병력을 재배치하고, 부대를 창설해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의 1차 임무는 인도태평양 전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이 이처럼 앞으로 병력 순환배치를 확대할 경우 실질적인 병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편제는 한국 주둔군으로 돼 있지만, 작전은 한반도가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이는 경우다.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소속 A-10기가 최근 3천여㎞ 떨어진 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에서 훈련을 하고 복귀했다. 미 공군은 제51전투비행단 예하 25전투비행대 소속 A-10(선더볼트-Ⅱ) 대전차 공격기 6대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2020.8.25/뉴스1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소속 A-10기가 최근 3천여㎞ 떨어진 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에서 훈련을 하고 복귀했다. 미 공군은 제51전투비행단 예하 25전투비행대 소속 A-10(선더볼트-Ⅱ) 대전차 공격기 6대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2020.8.25/뉴스1

주한미군 병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명문화한 미국의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현재 한국에는 2만8500명 규모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구체적으론 Δ미8군(제2보병사단 포함) 2만명 Δ제7공군 8000명 Δ해군 300명 Δ연합해병구성군사령부 100명 Δ특수작전사령부 100명 규모로 알려졌다.

NDAA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하기 위해선 상·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연방의회가 일종의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역동적인 전력 전개 개념에 따르면 이 역시 무력화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2기 중점 과제'를 통해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골자로 한 대외정책에는 '끝없는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귀환시키겠다' '동맹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연계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별개로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국군 역량 강화 등 요소를 고려해 현재 육군 위주인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트 워크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지난 25일 '건설적이고 안전한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일부 주한미군 감축은 한국의 자율성과 방위비 분담금 비율 높이고, 동맹 간 협력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동맹국과의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오는 11월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흐뭇한 모습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오는 11월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흐뭇한 모습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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