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영업 55만 가구가 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의 모습./사진=뉴스1
내년 자영업 55만 가구가 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의 모습./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내년 자영업 55만 가구가 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처분해도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가구는 24만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예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는 자영업자는 5만 가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에 종사하는 243만7000가구 중 적자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내년 12월 기준으로 비관적 시나리오 아래 22.4%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4월 이후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고 유예됐던 원리금의 분할상환 부담이 추가되면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 3월(21.8%)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통해 자영업 가구를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을 시나리오로 상정해 분석한 결과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올해 10월 매출 현황이 내년 말까지 지속되는 상황으로 설정됐다.


내년 4월 이후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없을 경우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는 위험가구 비중은 비관적 시나리오 아래 내년 12월 10.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동성 위험가구는 적자가구 중에서도 금융자산을 활용해 적자에 대응할 수 없는 가구를 말한다. 예·적금과 보험 등을 다 깨도 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부동산 등을 포함한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에 이르는 상환불능가구 비중은 내년 12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 2.2%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동성 위기와 상환불능에 동시에 처하는 복합위험가구 비중은 지난 2월 0.4%(9700가구)에서 내년 12월 2.0~2.2%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올해 들어 빚을 내면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올 9월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77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다. 특히 도소매, 음식, 여가서비스 등 업종에서 대출이 크게 증가해 매출 감소에 따른 운전자금 부족분을 대출을 통해 일부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측은 “내년 4월 이후 지원조치가 종료되면서 적자가구 비중이 다시 상승하는 점에 비춰 볼 때 한시적인 금융지원 조치로는 자영업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충격 지속으로 향후 자영업자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 연장 여부를 검토할 경우 자영업자의 재무상황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인지, 상환불능 상태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