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최근 다양한 ‘전기자동차’(EV)가 출시되면서 기존보다 ‘내 차 장만’을 위한 선택폭이 넓어졌지만 ‘비싼 가격’ 앞에 구매를 망설이는 이도 적지 않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며 “왜 이렇게 비싸지?”,“아이오닉5 값이면 차라리 투싼이 낫지 않나”라며 머뭇거리는 이들도 있다. 전기차는 구매 독려를 위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포함해도 웬만한 기존 내연기관차 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고차시장은 어떨까. 전기차를 타고 싶은데 비싼 가격에 망설이는 이들에게 중고차시장에 등록된 ‘중고 전기차 매물’은 전기차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내 차 장만’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전기차’ 기웃거리는 사람들




최근 자동차업계 최대 화두는 ‘친환경차’다. 휘발유·경유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다양한 친환경차 제품군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전기차’는 단연 돋보이는 친환경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2470만대 중 친환경차 신규등록은 전월대비 3.1% 증가해 누적 등록 대수 100만4000대를 기록했다. 그 중 전기차는 2019년 9만대에서 1년 반 만에 누적대수 18만1000대로 2배 늘었다. 서울·경기·제주도에 전기차 8만4407대가 등록돼 46.6%를 차지했다.


아직은 내연기관차보다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점차 공급이 늘고 있는 데다 소비자 인식 개선과 구매 독려를 위한 다양한 구매보조금, 인프라 확대가 진행 중인 만큼 내연기관차의 대체제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 중인 모델3. /사진=로이터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 중인 모델3. /사진=로이터
다만 전기차는 여전히 정부의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소비자가 이끄는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큰 지식이 없다보니 “한번 충전하면 부산까지 갈 수 있나”와 같은 단순명료한 의문만 던지며 대체로 배터리 효율성과 차값에만 집착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국 어디를 가든 충전 걱정을 덜 수 있을 만큼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는 데다 여전히 구매보조금도 지급되다 보니 기존 내연기관차에 더해 차 구입 시 선택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굳이 중고 전기차를 살까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구매 시 걸림돌은 역시 가격이다. 전기차 구매 독려를 위해 구매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이를 적용해도 웬만한 내연기관차보다 값이 비싸다.


그렇다면 중고 전기차는 어떨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새 전기차가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출시 된 지 몇 년이 지난 구형 전기차를 굳이 중고로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 처음부터 가격만 저렴한 중고 전기차가 필요해서 알아보는 이를 제외하면 일반 소비자에겐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것.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등록된 전기차 매물(8월24일 기준 606대) 중 2017년 출시 당시 4000만원대였던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N(1만3629㎞ 주행) 모델의 경우 현재 시세는 1929만원이다. 약 4700만원대였던 2019년식 기아 니로EV(4만6817㎞ 주행)는 3000만원, 같은 해에 출시된 또 다른 니로EV 매물(7만899㎞ 주행)은 2620만원이다. 모두 출시 당시보다 1700만~2000만원가량 떨어졌지만 2~3년이나 지난 구형 전기차인 만큼 새 차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020년 3~6월에 출고된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의 경우 중고 시세가 6110만~6999만원, 비슷한 시기에 나온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4800만~58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주행거리는 4800~3만㎞ 정도다.
비싼 새 전기차, 중고가 대안?
이밖에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의 경우 불과 지난 6월 출고된 최신형 모델(1994㎞ 주행)임에도 1억939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신형 전기차 구매를 고려했던 소비자가 가격이 비싸다고 중고 전기차를 선택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신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구형 중고차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굳이 전기차가 아니라도 여러 대안이 있는 만큼 ‘새 전기차 비싸다=중고 전기차 구매’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는 시기 상조… “시장 형성 초기”



중고차 사이트에 등록된 중고 전기차 매물 수는 기존 내연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엔카에 따르면 등록 중고차(8월24일 기준) 11만7767대(국산 8만1422대, 수입 3만6345대) 중 전기차는 606대에 불과하다.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 받고 의무운행기간 2년을 채워야 한다. 의무운행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되팔 경우 최대 70%의 보조금을 토해내야 한다. 기존 내연차 대비 시장 공략 단계인 점도 중고 전기차 등록 매물이 아직 적은 이유 중 하나다.

전기차 솔루션 개발공급업체 이비올의 이후경 대표는 “전기차 시장은 아직 도입 초기라 중고 시장 역시 제대로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배터리 효율 등 중고 전기차를 사기 위해 확인해야 할 사항은 많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기준 조차 없다”며 “중고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호가 위주의 거래이다 보니 기존 내연차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