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미술품이 뜨고 있따. 사진은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의 갤러리 내부./사진제공=테사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미술품이 뜨고 있따. 사진은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의 갤러리 내부./사진제공=테사
◆기사 게재 순서
① 송아지 4만원에 산다?… 조각투자 ‘열풍’
② “1000원어치 살게요”… 그림도 나눠 사는 시대
③ 조각투자, 신기루인가 오아시스인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공식적으로 거래된 미술 작품 중 최고가에 팔린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다. 2017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300만달러(5395억원)에 거래됐다. 한때 45파운드(7만1000원)라는 헐값에 거래됐던 이 작품은 다빈치의 진품으로 감정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뛰다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등극했다.

다빈치 작품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을 가난에 시달렸으나 지금 그의 작품은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된다. 영화 같은 일이지만 미래의 다빈치나 고흐를 발견해 작품을 사둘 수만 있다면 그림으로 인생 역전을 하는 것도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미술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또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비싼 가격 때문에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이 기술의 발전으로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다.

1000원으로 미술품 투자하기


“근로소득만으론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젊은 층.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떠오른 수단 중 하나가 소위 ‘아트테크’다. 아트테크는 미술품을 뜻하는 아트와 재테크의 테크를 합친 말이다.


최근 아트테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소액 투자가 가능해지면서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미술 시장은 침체돼 있었다. 시장 구조가 소수의 고액 자산가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폐쇄성이 높아지면서 미술 시장이 대중화되지 못했다.

가치가 높은 미술품은 가격대가 높아 혼자 구매하기도 어렵고 구매하기 위해선 화랑이나 경매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수수료도 높아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자산가들의 영역이었던 미술품 투자에 공동구매 서비스가 들어오면서 아트테크 열풍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회원 수가 크게 늘었는데 이 중 MZ세대가 상당하다”며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공유 경제에 익숙해 플랫폼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아트테크 플랫폼 비교./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주요 아트테크 플랫폼 비교./그래픽=김은옥 기자
공동구매 서비스는 유명 작품의 지분을 소액으로 매입해 가치가 상승하면 매각 후 지분만큼의 차액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주식으로 따지면 미술품 하나를 한 개의 종목으로 보고 여러 개 주식으로 쪼개 거래한다고 보면 된다.

국내 대표적인 아트테크 플랫폼은 테사,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등이다. 이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작품 및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소액부터 투자가 가능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소 투자금액은 업체에 따라 1000원에서 1만원 수준이다.


장기 투자에 적합… 비과세 혜택으로 매력도 높아


미술품 공동구매로 소액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미술품 공동구매로 소액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전문가들은 아트테크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꼽는다. 미술품은 한 번 가치가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고 희소성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사례가 많다. 실물에 투자함으로써 주식이나 가상화폐 같은 변동성이 높은 타 자산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미술 시장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블루칩 미술품의 연 평균 가치 상승률은 15% 이상으로 분석된다. 블루칩 미술품을 엄선해 공유 지분을 판매하는 테사는 최소 15% 이상의 수익률을 보일 때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아트투게더의 경우 11월 26일 기준 총 19점의 작품을 매각해 52.78%의 평균 수익률을 올렸다. 연 환산 평균 수익률로 계산하면 251.83%에 달한다.

미술품을 공동구매하면 컬렉터들처럼 작품을 집에 걸어놓고 감상할 수는 없다. 대신 업체를 통해 작품 확인증을 발급받는다. 작품을 보고 싶으면 해당 업체의 갤러리에 가서 관람할 수 있다. 투자 수익은 공동구매 후 재판매로 발생한다.

공동구매한 작품의 가격이 올랐을 때 업체에서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고 재판매를 진행해 수익을 올린다. 재판매를 통한 시세차익이 아니더라도 관공서 등에 작품을 빌려주고 저작권료를 받는 형태의 수익창출도 가능하다.

세금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술품은 부동산 등 다른 자산과 달리 취득, 보유 때 세금이 발생하지 않아 투자 매력이 높은 자산이다.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일반 양도세율보다 낮은 20%의 세율이 적용되고 생존작가이거나 6000만원 미만인 작품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법적 보호 조치는 부족… 투자보다 향유 앞서야


테사에서 거래된 뱅크시 작품./사진제공=테사
테사에서 거래된 뱅크시 작품./사진제공=테사
미술품이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아트테크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테사에선 뱅크시의 작품이 3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거래된 뱅크시의 ‘놀라’의 가격은 2억6000만원에 이른다. 인기 콘서트의 티켓팅 전쟁 이상이다.

하지만 미술품 공동구매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인 만큼 위험 부담도 있다. 작가가 중간에 작품 활동을 그만두면 재판매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느린 현금화도 단점이다.

구매자들에 대한 보호 정책 마련도 아직 미흡한 편이다. 대부분의 아트테크 중개 플랫폼은 금융당국에 투자 인가를 받은 금융 투자회사가 아니다. 투자 관련법인 자본시장법이 아니라 민법을 활용, 손해를 입어도 투자자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이용할 때는 작품의 진위가 분명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검증팀이 있는지, 구매 시 작품 보증서를 지급하는지, 어느 기관에서 발급한 보증서인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동구매 완료된 작품을 실제로 해당 플랫폼이 보관하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은우 아트투게더 대표는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이용할 때는 소유자들의 동의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진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그 외에도 작품이 보험에 가입돼 안전하게 관리되는지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아트테크가 유행하면서 미술 작품을 ‘묻지마 투자’ 대상으로 여긴다는 비판도 있다. 미술품 거래는 투자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취향을 알아가며 예술을 향유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시장이 대중화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만 투자보다 향유가 우선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