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부산촬영소가 들어설 예정지/사진=부산시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부산촬영소가 들어설 예정지/사진=부산시
1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퍼붓고도 ‘사업촉구’만을 외치고 있는 부산 기장군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오규석 기장군수는 영화촬영소 건립과 관련해 속도감 있는 추진을 부산시와 영진위에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자료에 의하면 오 군수는 “2010년 7월1일 군수 취임과 동시에 각고의 노력으로 기장군 장안읍 도예촌 부지에 촬영소를 최종 유치했다”고 밝혔다.


3선의 오 군수가 퇴임을 6개월 정도 남겨놓은 시점까지도 ‘촉구한다’는 목소리만 내고 있는 꼴이다.

24일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은 “‘해다마 사업추진을 촉구한다’는 보도자료만 배포하면 무엇하는가”라면서 “차라리 촬영소 사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편이 좋겠다”고 주장한다.


장안읍 장안리 일원에 추진된 기장도예촌 관광지 조성사업은 총 930억원 사업비로 2010년 4월 착공해 2013년 12월 기반조성공사를 준공했다.

사업 초기에는 체험마을, 박물관, 워터파크, 테마파크,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 7월 오규석 군수 취임 이후 해당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서 최현돌 전임 군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기반조성공사가 완료된 2014년 기장군은 조성계획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부산, 울산의 인근 산단과 연계해 집단 교육휴양시설 등, 오토캠핑장, 레포츠단지, DIY지원센터 등 자연친화적 공간으로서 치유 중심의 힐링센터 등의 개발 콘셉트를 제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기장군은 오규석 군수의 제안으로 지난 2016년 6월 기장도예촌 관광지의 85%에 해당하는 25만㎡를 영진위에 무상 제공하고, 영진위는 영화철영 스튜디오 3개동, 아트워크시설, 야외촬영지원시설 등을 조성하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오 군수의 주장대로 취임과 동시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부산촬영소는 착공도 못하고 있다.

이에 이승우 전 군의원은 “이 사업에 고리1호기 연장 주민합의금 500억원까지 투입됐으나 기장군은 지역주민들에게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의원은 “오 군수는 사업 ‘촉구’만 외치다 퇴임할 지경까지 왔다. K영상 콘텐츠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지금 차라리 제작사의 오픈 스튜디오 장소로 제공해 관광지로 활용하는 편이 훨씬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안읍발전위원회 박태현 위원장은 “장안주민들도 야단났다. 오 군수 입장에서는 착공하고 떠날려는 모양인데, 퇴임 후 책임은 누가질 것인가?”라면서 “남양주촬영소를 그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하다가는 영진위가 명칭만 기장군에 갖다놓는 꼴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우리만 빈털터리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내년에는 원점에서 다른 사업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촬영소를 10년 넘게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장군 도예촌 부지를 오픈 스튜디오로 활용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픈 스튜디오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경남 합천군이다. 합천군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 이후 ‘강철비’ ‘대장 김창수’ 등 20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또 청와대 세트장 추가, 모노레일 개통 등으로 합천영상테마파크로 운영 중이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