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자전거 도로에서 한 시민이 폭우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피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22.8.20/뉴스1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자전거 도로에서 한 시민이 폭우로 만들어진 물웅덩이를 피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22.8.20/뉴스1


(서울=뉴스1) 박재하 한병찬 기자 = "자전거를 타다 진흙에 미끄러져서 흙탕물 범벅이 됐어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동작대교로 향하는 자전거 도로. 흙탕물을 뒤집어쓴 유모군(18)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의 검은색 상의는 갈색으로 변했고 오른쪽 무릎에는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 8~9일 서울에 내린 기록적 폭우의 후폭풍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직격탄을 맞은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도로도 피해가 큰 만큼 여전히 복구가 더딘 상태다. 한강을 자주 찾는 라이더들과 시민들은 사고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

◇도로 패이고 진흙 범벅…수마 상흔 여전


이날 찾은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도로는 수마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노면 곳곳은 움푹 파여 있었고 물웅덩이도 보였다. '미끄럼주의', '천천히' 등이 적힌 안내판은 쓰러져 있었다.

진흙으로 뒤덮인 구간도 눈에 띄었다. 동작대교 밑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에는 '호우로 1층 버튼이 침수돼 작동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작업량이 만만치 않은 만큼 노동자들은 주말에도 나와 복구에 힘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도로 위 물을 빼내거나 진흙과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피해가 큰 구간에는 포크레인과 살수차 등의 중장비도 동원됐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동작대교로 향하는 자전거 도로에서 만난 고등학생 유모군(19)의 옷이 흙탕물에 완전히 젖어있다. 2022.8.20/뉴스1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동작대교로 향하는 자전거 도로에서 만난 고등학생 유모군(19)의 옷이 흙탕물에 완전히 젖어있다. 2022.8.20/뉴스1


◇라이더들, 아슬아슬 곡예 주행…"사고나기 전 귀가" "속도 줄일 것"


라이더들은 곡예 주행이 불가피했다. 곳곳에서 물웅덩이를 피하려 서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차로에 상행과 하행 자전거들이 뒤섞여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물웅덩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시민들의 몸과 자전거에는 흙탕물 자국이 남아있었고 진흙에 바퀴가 미끄러져 뒤따라오는 자전거에 부딪힐 뻔한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서 자전거에 유모차를 단 채 아이와 함께 나온 직장인 김모씨(38)는 "간만에 비가 안 와서 아이랑 같이 자전거 타러 나왔는데 생각보다 물웅덩이랑 진흙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며 "사고가 나기 전에 일찍 들어가려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말마다 한강공원에서 '따릉이'를 탄다는 직장인 김모씨(34)는 "얼마 전 뻘밭에 완전히 갇혔는데 신발이 진흙 범벅이 돼서 버렸다"며 "당분간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는 안 타려고 한다"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동작대교 밑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휴식 중이던 심모씨(28)는 "웅덩이 때문에 도로가 좁아져서 서로 부딪힐 위험이 있다"며 "최대한 속도를 낮추면서 조심히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한모씨(60대)는 "등이랑 다리가 흙탕물에 다 젖었다"며 "지난 화요일에는 완전히 다 잠겨서 뻘밭이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많이 정리돼서 다행이다"고 전했다.

여의도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남모씨(29)는 "당산동 보육교 쪽에서 엘리베이터로 자전거를 가지고 올라가는데 침수 때문에 고장나서 못 쓰고 있어 불편하다"며 "출퇴근하면서 한강 보는 낙이 있었는데 주변히 완전히 쑥대밭이 돼있었다"고 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복구작업 완료시까지 자전거 도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 강변에 가장 인접해있다보니 침수된 곳이 많았다"며 "주말에도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고 아직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 안전을 위해 당분간은 이용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자전거 도로가 진흙에 완전히 뒤덮여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복구완료시까지 당분간 자전거도로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2022.8.20/뉴스1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자전거 도로가 진흙에 완전히 뒤덮여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복구완료시까지 당분간 자전거도로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2022.8.20/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