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정KPMG는 유통업계의 빅블러 현상과 함께 떠오른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공간 비즈니스, 퀵커머스, 로컬 플랫폼을 꼽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8일 삼정KPMG는 유통업계의 빅블러 현상과 함께 떠오른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공간 비즈니스, 퀵커머스, 로컬 플랫폼을 꼽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산업 전반에 걸쳐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심화하면서 유통업계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트렌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삼정KPMG는 8일 '빅블러 시대와 유통업계 넥스트 비즈니스' 보고서를 통해 유통업계의 빅블러 현상과 함께 떠오른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로 ▲공간 비즈니스 ▲퀵커머스 ▲로컬 플랫폼 등을 꼽았다.

유통업계 빅블러란 생산자와 소비자, 소기업과 대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품과 서비스 간 경계가 융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통업계 빅블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아마존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은 유통기업이자 IT기업으로서 다양한 영역의 비즈니스를 아우르며 유통산업 경계를 허물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들어간 IT 기술… 공간 비즈니스 주목

먼저 오프라인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공간 비즈니스'가 오프라인 업계 전체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전략으로 떠올랐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은 이제 더 많은 물건을 파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매장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차윤지 연구원은 "유통 소비재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매장을 리뉴얼하고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공간 비즈니스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며 "아울러 소비자의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브랜딩 공간을 다변화하는 기업의 모습도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주요 유통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 가치 극대화를 위한 리포지셔닝 ▲피지컬 리테일을 통한 고객 경험 강화 ▲브랜딩 공간 다변화로 소비자 접점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노드스트롬의 경우 2017년부터 소형 로드숍 크기의 매장 '노드스트롬 로컬'을 구축해 리포지셔닝에 나섰다. 노드스트롬 온라인몰과 연계해 픽업 교환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루밍데일스도 2021년 소형 점포 '블루미'를 오픈해 패션 관련 전문 스타일링 서비스 및 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BOPIS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IT 기술을 도입해 소비자의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피지컬 리테일'도 주목을 받고 있다. 버버리는 중국 심천에 IT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과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오픈했다. 나이키도 앱과 오프라인 매장의 연결성을 강화한 피지털 리테일 매장을 구축하고 있다.

배달·유통 경계 무너져… 코로나 이후 퀵커머스 급성장

'퀵커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근거리 장보기조차 온라인으로 대신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등장한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다. 퀵커머스 비즈니스는 크게 점포 기반형, 배달 대행형, MFC 기반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은 2020년 250억달러 규모에서 2025년 720억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 연구원은 "언택트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배달과 유통 서비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업계에서 퀵커머스에 진출하며 관련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기업들은 도심 주요 요충지에 자리 잡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삼고 물류 내재화를 통한 배송 품질 및 속도 향상에 주력해 퀵커머스를 도입하고 있다. 푸드 딜리버리 기업은 기존에 제공하던 조리 음식 외 이커머스 기업이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는 온라인몰에서 결제 시 익스프레스를 선택하면 추가 배송료를 부과하고 2시간 내 배송해주는 퀵커머스를 도입했고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일본 전역 35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삼고 전담 배송업체가 매장 반경 500m 거리에 30분 이내 상품을 배송해준다.

유통기업과 딜리버리 기업 간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딜리버리는 세인즈버리, 모리슨, 웨이트로즈 등 대형마트와 제휴해 퀵커머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우버이츠가 대형마트 까르푸와 제휴해 30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푸드 딜리버리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와 도어대시는 이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퀵커머스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유통기업 중에서는 롯데마트의 '바로배송' 이마트의 '쓱고우' GS리테일의 '우리동네GS'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B마트를, 쿠팡이츠는 쿠팡이츠마트를 운영 중이고 hy은 프레딧 배송, SPC는 해피크루를 선보이고 있다.

독일의 플링크는 프랑스 퀵커머스 업체 카주를 인수하며 유럽 시장 내 영향력 확대하고 있고 골릴라스도 프랑스 기업 프리츠티를 인수해 경쟁에 합류했다.

퀵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미국의 고퍼프는 퀵커머스 선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다. 고퍼프는 내년 기업공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퀵커머스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과 퀵커머스 시장 전반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로코노미·하이퍼로컬… 로컬 플랫폼이 뜬다

마지막으로 로컬 플랫폼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로코노미(로컬+이코노미) 등 로컬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흐름이 이어지며 온라인상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하이퍼 로컬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퍼로컬은 '작은 커뮤니티 혹은 지역을 준심으로 하는' 이라는 의미다.

유형별로는 ▲미국의 넥스트도어, 한국의 당근마켓 등 지역 주민간 중고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로컬 플랫폼 ▲영국의 올리오, 덴마크의 투굿투고 등 나눔·폐기물 활용으로 순환경제 구현에 앞장 선 로컬 플랫폼 ▲한국의 네이버쇼핑 동네시장 장보기, 일본의 쿡패드마트 등 온라인 로컬 이커머스, 지역 상점의 디지털 전화을 주도하는 로컬플랫폼 등이 있다.

올리오는 동네 주민 간 무료 음식 나눔 플랫폼으로 시작해 대표적인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성장했다. 직접 만든 물건과 음식을 이웃에게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공간도 제공 중이다.

차 연구원은 "로컬 이커머스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원하는 로컬 상점과 동네 쇼핑도 온라인으로 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만나며 주목받고 있다"며 "향후에도 상품 특색 밑 소비자 성향에 따른 형태의 로컬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