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2022.12.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2022.12.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조현기 기자 =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자식의 영정사진을 놓으러 가는 거리 5m. 참사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에게는 이 짧은 거리가 하염없이 멀게만 보였다.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아들의 영정사진을 끌어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10분남짓 힘겹게 이별의 길을 걸은 그는 사진을 분향소에 올려놓고도 한참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아들을 보내지 못하는 어머니의 심정에 추위를 뚫고 나왔다"며 "아이의 죽음을 영원히 잊지 말아 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체감온도 영하 11도 강추위가 계속된 14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설치작업은 6시간이 걸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13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광장에 시민분향소 설치를 완료했다.


시민분향소에는 참사 희생자 158명 중 유족 동의를 얻은 희생자 76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인다. 희생자 17명은 영정없이 위패만 놓인다. 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은 나머지 희생자들은 꽃과 사진 등으로 영정과 위패를 대신한다.

약 15명의 유가족은 가족의 영정사진을 직접 걸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유족대표 이종철씨는 "참사 50여일이 다되어서야 우리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들이 우리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면서 잘가라, 수고했다, 미안하다고 말씀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또다른 유족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곳을 그동안 찾아준 자원봉사자, 시민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면서도 "이번 참사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 이 곳을 찾아 진심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분향소 설치를 주관한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정부의 지침하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유가족의 의사는 확인하지 않은 채 영정도, 위패도 두지 않고 추모 시민을 맞았다"며 "정부가 사태 축소와 책임 회피 의도가 뻔히 보이는 '사고 사망자' 현수막을 걸어 유가족의 찢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작금의 현실 앞에 이제라도 희생자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추모와 애도를 시작하려 한다"며 "많은 시민이 희생자를 향한 추모·애도의 마음, 유가족을 향한 위로의 마음으로 시민분향소를 찾아주길 부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9일째인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약 1만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같은날(16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도 이태원 참사 49재가 봉행된다.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2.12.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2.12.1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