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었지만 어두운 대형건설기업들… '미청구공사' 증가로 몸살
[머니S리포트-10대 건설 원가율 비상(3)] 공사비 회수 안되면 재무 건전성도 위험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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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주택사업 호황기에 공격적인 수주 경쟁으로 외형을 키워온 건설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수주 당시만 해도 높은 수익성이 예상돼 출혈경쟁까지 감수했던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공사비 분쟁'이란 난관에 부딪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70~80%대였던 건설업체의 원가율은 90%를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이 2%대에 머문 곳도 있다. 매출 급등에도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에 그쳐 재무 건전성에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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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열심히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 건설 원가율 위험 수준
(2) 현대ENG·롯데건설, 매출 대비 수주고 '40배'
(3) 매출 늘었지만 어두운 대형건설기업들… '미청구공사' 증가로 몸살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대형건설업체들이 미청구공사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일종의 미수금 성격을 띠어 회계상 손실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지만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처가 준공까지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곧바로 손실 전환된다. 발주처가 자금난에 빠지거나 경영 악화돼 약속한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도 위험해질 수 있다.
현대건설, 매출 절반이 미청구공사액
현대건설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하 연결 기준)은 각각 6조311억원과 1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5%, 1.2% 늘었다. 미청구공사액은 4조668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854억원) 대비 20.2% 증가했다. 매출의 77.4%를 차지했다. 사업부문별로는 건축·주택의 미청구공사액이 1조9863억원으로 가장 많고 플랜트·전력(1조7824억원) 토목(9000억원) 등 순이다.대손충당금은 -2351억원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대손충당금은 공사비를 받지 못한 경우 현시점에서 미회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잠정 결정한 금액이다. 대손충당금이 마이너스인 것은 공사비를 떼일 경우에 대비한 자본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
회사는 2014년 시공계약을 체결해, 올 3월 준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담수복합화력발전 공사의 비용 회수에 실패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시장 불안정과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부문별 수주전략을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수익성 있는 수주물량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영업이익↓ 미청구공사액↑
포스코이앤씨 또한 올 1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2조36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53.2% 감소했다. 미청구공사액은 1조579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2377억원) 대비 27.6% 늘었다. 건축 부문 비중이 6362억원으로 가장 컸다. 인프라가 4489억원, 플랜트가 3835억원을 차지했다.공사비 1조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석탄화력 발전소와 올해 9월 준공을 앞둔 삼척 친환경화력발전소에서의 미청구공사액은 각각 1417억원과 1171억원으로 산정됐다.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1분기 36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8억원으로 줄었다. 2019년 공사를 마치고 현재 정산 진행 중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개발사업과 경기 평택시 지제역 더샵 센트럴시티 반영분이 올해 제외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향후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만 추진해 분양성이 우수한 지역과 기타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순 시공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의 자체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디벨로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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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수주 약 200건… 롯데건설 미청구공사액 '비상'
올해 1분기 롯데건설의 매출액은 1조421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950억원) 대비 18.9%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24.4% 줄어 44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전년 동기(1조3820억원) 대비 19.8% 늘어 1조6565억원에 달했다. 매출보다 미청구공사액이 더 많았다. 주택사업부문의 미청구공사액은 1조18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축(1730만원) 플랜트(1361만원) 토목(1187만원) 순이었다.공사비 인상 분쟁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시공사업단에 롯데건설도 포함돼 해당 공사의 2615억원이 미지급 위험 상태로 남아있다. 서울 동대문 청량리4구역 재개발사업에서의 미청구공사액도 1568억원이다. 지난 1분기 대손충당금은 43억6900만원으로 전년 동기(315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롯데건설은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발생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신청을 시작으로 PF 지급보증 우발채무가 확대됐다. 현재 수주한 국내 민간공사만 195건으로 미청구공사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그룹공사 수주와 상업시설 리뉴얼 시공, 초고층 관련기술 등을 살려 다양한 사업분야를 발굴해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GS건설, 미청구공사액 방어했지만 전망 '글쎄'
10대 건설 중 유일하게 미청구공사가 줄어든 GS건설은 지난해 말 1조1383억원에서 올 1분기 1조2698억원으로 조정됐다. 부문별로는 ▲건축·주택 부문 6737억원 ▲인프라 부문 4362억원 ▲에코(ECO)사업 부문 484억원 ▲플랜트 부문 454억원 등이다.대손충당금은 전년 동기(1549억원)와 큰 차이가 없는 1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의 대손충당금이 40억1600만원으로 가장 컸다. 1344억원가량의 공사미수금이 발생한 '흑석 리버파크자이' 또한 18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GS건설의 매출액은 3조5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1589억원으로 같은 기간 3.7% 증가하는 데 그쳤다.
GS건설 관계자는 "최근 불안정한 대내외적 상황으로 원재료 가격변동이 발생하고 있으나 발주처와 물가인상분 협의를 하고 전체 공정 조율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수익성과 분양성이 확보된 안정적인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GS건설이 공사를 진행 중인 전국 83개 아파트 현장의 정밀안전점검을 실시, 미청구공사액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청구공사액 증가 배경에는 지난해 하반기 미분양 증가와 고금리로 인한 수요 위축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중견 건설업체부터 차례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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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