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 보람상조 수도권센터 장례지도사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마음가짐이 장례지도사의 기본 덕목이라고 강조했다./사진=보람상조
김건 보람상조 수도권센터 장례지도사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마음가짐이 장례지도사의 기본 덕목이라고 강조했다./사진=보람상조


장례지도사를 '장의사', '염장이', '염사' 등으로 폄하하는 시대는 끝났다. 최근 장례지도사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으로 주목 받는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보람상조 수도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건 장례지도사(사진·44)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프로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중이다.


대학시절 음악을 전공한 김 지도사. 장례지도사의 길에 입문하기 전 음악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등 상조업계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음악을 선택한 이유도 특별하다. 바로 음악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위로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장례지도사를 선택한 것도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던 지난 5월 어느 날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보람상조 본사에서 만난 김 지도사. 만나자마자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 자부심이 느껴졌다.


음악전공자가 장례지도사로 입문하게 된 이유


1980년생인 김 지도사는 청년시절부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교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음악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기타교실을 열거나 '그냥 콘서트'라는 밴드도 주도적으로 결성해 대학로에서 무료 정기공연을 하는 등 사회생활을 보냈다. 사람을 만나고 돕는 일에 거부감이 없었던 셈이다.

장례지도사를 선택하게 된 것은 2013년 척추마디가 굳어지는 '강직성 척수염'이라는 병을 앓고 나서였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김 지도사는 병원에서 총 8번의 사망선고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삶의 끝자락에 있던 그에게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고 한다. 김 지도사는 "병을 이길 수 있도록 옆에서 간호하고 간절히 기도해주는 가족을 보면서 더욱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4년 여 동안의 투병생활 끝에 간신히 회복한 김 지도사.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병을 고치고 살리는 의사, 간호사도 귀한 직업이지만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장례지도사가 소중하고 보람된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장례지도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2017년부터 약 1년 동안 전문장례인력 교육기관인 '보람장례지도사 교육원'을 거쳐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장례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건 장례지도사는 젊은이들이 장례지도사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사진=보람상조
김건 장례지도사는 젊은이들이 장례지도사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사진=보람상조


장례지도사의 마음가짐은?


장례지도사는 장례의식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일종의 책임자다. 2011년까지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국가 자격증이 별도로 없어서 장의사처럼 자격증 없이 일을 하거나 민간 자격을 취득하고 일을 했다. 2012년부터는 국가자격제도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취득해야 장례지도사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는 장례지도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됐다.


과거 장의사의 경우 고인을 모시는 염습 등 위생 관리 분야 위주로 일을 진행했다. 현재는 장례지도사라는 이름으로 장례 의식, 즉 염습을 포함해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보내기 위한 의식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장례 상담, 고인 관리, 의례 지도,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 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를 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이에 따라 장례지도사를 전문직으로 보고 진출하려는 젊은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서울·경기에서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711명 가운데 301명(42.3%)이 20~30대였다.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32%보다 10.3%포인트 상승했다.

김 지도사는 "장례지도사는 정성 어린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람들의 아픔,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에게 위로를 주고 도움을 주는 직업,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사는 고인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마주한 고인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그가 살아온 인생의 존엄함을 예우하며 고인을 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은 통한다"며 "장례지도사가 정성을 다해 고인을 모시고 유족을 대하면 유족들도 지도사의 진심을 알고 위로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고인을 대하면서 삶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달라졌다고 한다. 김 지도사는 "오늘 하루가 그저 당연하게 값없이 주어진 하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늘 하루는 눈앞에 있는 고인이 그토록 살고 싶었을 하루고 그 하루가 나에게 온전히 주어짐에 감사하고 가치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매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도사의 인생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타인의 생각은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인생철학은 장례지도사로 근무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례절차를 협의하기 위해 유가족과 상담하다 보면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장례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며 "그럴 때 유가족이 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장례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면 유가족이 크게 감동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부모 내 형제처럼 정성을 다하라'는 보람상조의 슬로건처럼 부모형제를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히 삶을 꾸려나갈 것"이라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