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


해상에서 실종된 선원의 사망보험금 수령을 위해 54년 만에 나타난 80대 친모의 사망보험금 취득에 관한 2심 판결이 선고됐다. 1심 법원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민법상 상속인에 해당하는 친모에게 공탁된 사망보험금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 어머니 없이 평생 동생을 돌봐 온 누나는 분통을 터트리며 이른바 '구하라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는 반복됐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세월호 사건, 전북 소방관 사건 등의 발생 후 해당 사망자의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가 나타나 보험금이나 유족급여, 합의금을 수령해갔다. 연예인인 고(故) 구하라씨의 사망사건 이후 혈연관계만을 이유로 상속권이 인정돼선 안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면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민법상 상속순위는 ▲1순위 직계비속(자녀·손자녀) ▲2순위 직계존속(부모·조부모)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이다. 법률상 배우자는 1순위 또는 2순위 상속인이 있는 경우 그들과 공동상속인이 된다. 없는 경우 단독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0조, 제1003조) 따라서 법률상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 사실혼 배우자나 실제로 그를 부모와 다름없이 양육해 온 보호자가 존재하더라도 친부모에게 상속권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양육이나 부양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자의 상속이 형평과 국민 정서상 납득할 수 없다는 배경에서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 요지는 민법상 상속결격사유에 '양육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를 추가해 피상속인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부모의 상속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것이다. 참고로 현행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사유는 크게 ▲고의로 고인 또는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할 때 ▲상해로 사망에 이르게 한 때 ▲유언과 관련해 부정한 때 등으로 규정돼 있다.

구하라법과 같은 취지로 발의됐던 '공무원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이미 통과돼 양육의무를 게을리한 유족에 대해 심의를 거쳐 유족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구하라법 내지 유사한 민법 개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양의무의 범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상속관계의 불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여전히 과제로 남은 듯하다.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된 것으로 보여지는 바 실질적 정의와 법적 안정성을 두루 고려한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프로필]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구성원 변호사) ▲서강대 법학과 졸업 ▲2019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피해자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법률지원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