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너 T야?" "난 쿨톤"… 나를 알고 남을 알아야 '인싸'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윤지영 기자
8,184
공유하기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
"너… T야?"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 밈(meme·인터넷유행어)은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규정짓는 mbti 검사의 4가지 척도 중 판단의 근거를 감정에 두는 F 유형과 사고에 두는 T 유형의 차이에서 파생된 말이다. 상대방이 공감과 따뜻한 말을 듣기를 원할 때 그보다는 이성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 주로 쓰인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름과 나이 다음으로 물어볼 정도로 mbti는 이미 Z세대 사이에서 나를 나타내고 상대를 이해하는 지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mbti 외에도 유전자 분석, 퍼스널컬러·골격·얼굴 유형 진단 등 스스로를 분석하는 '셀프 분석' 열풍이 불고 있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여러 가지 분석법을 소개한다.
"나와 주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mbti 열풍 이유
|
mbti는 지난 1944년 개발된 자기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다. 이 검사는 사람의 성격을 4가지 지표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가장 먼저 에너지의 방향이 외향적인 E 유형과 내향적인 I 유형으로 나뉜다. 다음은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할 때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현실적인 S 유형, 직관과 영감에 의존하는 이상주의적인 N 유형으로 구분된다. 또 판단의 근거를 감정에 둬 공감을 요하는 일이 많은 F 유형과 사고에 중심을 둔 이성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T 유형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계획적인 J 유형과 즉흥적인 P 유형으로 나뉜다.
물론 사람을 겨우 16가지 유형으로 판단한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Z세대는 mbti 검사가 특정 유형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준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구모씨(여·23)는 "mbti 검사를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땠더라?' 떠올리다 보면 스스로의 성향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며 "다양한 mbti 유형을 접하다 보니 한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던 친구의 행동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
mbti에 푹 빠진 이들은 단순히 16가지 유형 중 하나에 본인을 국한시키지 않는다. 'F에 가까운 T'처럼 세부 유형을 파고들기도 하고 다양한 성격 테스트 결과에 mbti 유형을 맞춰보기도 한다. '요즘 성격이 좀 바뀐 것 같다'며 mbti를 재검사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이렇듯 Z세대에게 mbti는 스스로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와 서로를 이해하는 창인 셈이다.
"다이어트 실패하는 이유 있었네"… '유전자' 이야기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Z세대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인데 검사 키트를 배송받아 유전자를 채취한 후 우편으로 보내면 63가지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주는 비대면 검사 서비스다.불면증·탈모·비만·체질량·알코올 대사 등 평소 궁금했거나 고민이었던 부분을 유전적으로 분석해 준다. 지난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6만명이 해당 검사를 받았다. 이 키트는 4만9500원에 구매할 수도 있지만 매일 오전 10시 선착순 무료 이벤트를 노리는 사람이 더 많다. 포털에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를 검색하면 '선착순 무료 신청 팁'을 묻고 답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올 정도다.
|
기자도 지난해 6월 선착순 신청에 성공해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받아봤다. 키트 내 동봉된 설명서대로 유전자를 채취해 검사 기관으로 반송하면 2주 내로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63개의 유전자를 주의·안심·한국인 등수·유전율 순으로 정렬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안심도가 높은 순으로 정렬하자 기자는 지방산 농도(오메가-3)와 피부염증, 칼슘 농도,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 효과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왔다. 반대로 주의순으로 정렬하자 악력과 카페인 의존성, 체중감량 후 체중회복 가능성(요요 가능성) 등이 주의를 요하는 것으로 나왔다.
또 '내 능력' 탭에 들어가면 내 유전자가 가진 우수한 '슈퍼파워'와 상대적으로 약한 '하찮파워'를 볼 수 있다. 어려운 용어 대신 '혈관 하이패스' '비브라늄 뼈' '체중 무한리필' 등으로 재치있게 표현해 살펴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 영양·다이어트·운동·면역·모발·피부·수면·식습관·혈관·뼈·생활 카테고리별로 관련 있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한번에 살펴볼 수 있다. '다이어트' 카테고리를 보니 기자는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효과가 한국인 100명 중 11등으로 높았지만 체중감량 후 유지 가능성이 한국인 100명 중 88명으로 낮은 편이었다.
기자는 악력이 매우 약한 편인데 한국인 100명 중 83등이라는 분석 결과를 보니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납득이 갔다. 평소 느껴온 신체적 특성이 유전자 분석 결과로 드러나니 신기했다. 또 카페인 의존성 등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스스로의 특성도 알게 돼 새로웠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깔이 있다고"… '퍼스널컬러' 찾기
|
'퍼스널컬러'는 사람이 가진 고유의 피부색과 질감, 눈동자, 헤어컬러 등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 톤을 말한다. 퍼스널컬러 진단에 따라 본인이 흔히 말하는 '웜톤'인지 '쿨톤'인지 알 수 있다. 최근에는 퍼스널컬러뿐 아니라 골격(체형)까지 진단해 주는 숍도 늘어났다. 지난 23일 오후 이미지 컨설팅 숍 이음컬러의 이유진 대표를 만나봤다.
퍼스널컬러 컨설턴트·이미지 컨설턴트·바디프레임 스타일 자격증 등을 보유한 이 대표는 퍼스널컬러 컨설팅을 한마디로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주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번 진단 받으면 화장뿐 아니라 옷 컬러나 머리색, 렌즈나 안경 색상 등 활용폭이 넓기 때문에 성별을 불문하고 많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몇년 전만 해도 20대 여성이 주를 이뤘는데 현재는 남녀를 불문하고 20~30대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이 대표는 "남성 고객의 경우 예전에는 여자친구나 아내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혼자 예약하고 오시는 분도 많다"며 "퍼스널컬러 진단이 꼭 화장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옷이나 머리 색상 등 활용할 곳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
이곳에서는 색상 천을 가져다 대는 '드레이핑' 과정을 통해 계절 유형과 세부 톤, 베스트·워스트 컬러를 진단해 준다. 기자는 여름쿨톤 중에서도 뮤트 계열을 진단받았다. 진단 후 어울리는 메이크업 아이템과 옷 색상, 액세서리 등을 추천받았다. 숍 내에 다양한 화장품이 준비돼 있어 추천받은 제품을 직접 발색해 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컬러뿐 아니라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골격이나 체형 등에 따라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진단해 주는 '골격진단'도 인기다. 이는 타고난 몸의 질감과 라인, 골격과 같은 신체 특징을 분석해 체형을 보다 아름답게 보이도록 핏과 디자인, 옷의 소재, 액세서리를 추천해 주는 컨설팅이다.
이 대표는 "퍼스널컬러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20대 고객 사이에서는 '바디프레임'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상적으로 마르면 달라붙는 옷을 입고 체격이 있으면 헐렁한 옷을 입어 감추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다"며 "개인이 가진 체형적 특성을 고려해 보완할 곳은 보완하고 강조할 곳은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최근 메이크업 브랜드 에스쁘아에서도 얼굴형을 분석해주는 '퍼스널 컨설팅'을 선보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1만3000여회의 재게시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매일 0시 선착순으로 예약받는데 경쟁이 매우 치열해 SNS에 양도해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라고.
이 컨설팅은 얼굴 정면과 측면 사진을 찍어 사전 설문에 응답하면 당일 촬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얼굴형을 분석해 준다. 이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얼굴형에 맞는 메이크업을 직접 시연해 주는 방식이다. 단순히 화장을 '잘'하고 싶은 것보다는 나를 잘 알고 나에게 '어울리게' 화장하고 싶어하는 Z세대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