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사진)가 회사를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박종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사진)가 회사를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태양광 시장은 성장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설치량이 연간 2.5기가와트(GW) 수준인데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주요 경쟁사의 캐파(CAPA·생산능력)만 4GW 이상이죠. 잠재력이 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가입국 시장 진출과 미국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종환 HD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최근 머니S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태양광 셀·모듈 생산 기업을 넘어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회사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초고효율 이종접합 기술(HJT)을 토대로 한 탠덤셀 개발을 추진하는 등 신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에 대응하고 해외 진출을 면밀히 검토해 실적 개선을 꾀할 방침이다.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 정조준… 태양광 신기술 확보도 추진

충북 음성 소재 HD현대에너지솔루션 모듈 제조 공장 내부.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충북 음성 소재 HD현대에너지솔루션 모듈 제조 공장 내부.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2004년 HD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사업부에서 시작된 태양광 사업을 모태로 한다. 2016년 독립 법인 출범 후 2019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고효율 퍼크(PERC)셀을 생산했고 2020년 모듈 스마트팩토리를 가동하는 등 태양광 기술 선두주자로 꼽힌다. 단순 태양광 셀·모듈 제품 공급을 넘어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시공, 운영관리(O&M), 전력중개업까지 수행할 수 있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한 것은 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 시각이다. 그는 "제품 판매 위주인 현재 사업구조에서 설계·조달·시공(EPC)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며 "태양광 산업이 국가 에너지 안보와 밀접한 점을 감안, 더 큰 차원에서는 에너지 안보 기반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미미한 수준인 O&M과 전력중개업 사업도 확장할 방침"이라고 했다.


태양광 '게임 체인저' 기술 확보에도 주력한다. 현재 업계 표준이자 범용 기술인 PERC셀은 효율 상승이 이론적 한계에 도달했다. 박 대표는 HJT를 통한 탠덤셀 개발을 해법으로 꼽았다. HJT는 단결정 실리콘에 비정질 실리콘을 코팅한 구조가 특징이다. 광전환 시 표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을 높인다. 기존 효율 한계(30%)를 넘는 미래형 초고효율 태양전지인 탠덤셀과 호환성도 높다. 박 대표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HJT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탠덤셀 관련 기술에 지속 투자해 한국이 독일·중국 기술력을 앞지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OECD 미가입국 공략… 미국 진출은 면밀 검토"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설치한 9메가와트(MW) 규모 태양광 패널.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설치한 9메가와트(MW) 규모 태양광 패널.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박 대표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공략을 택했다.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내 태양광 시장의 성장이 제한된 탓이다. OECD 미가입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태양광 수요 대부분이 OECD 가입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OECD 미가입국 역시 잠재력이 상당하다"며 "OECD 미가입국은 최근 친환경 에너지원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신력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를 통해 해당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진출은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시행할 계획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만 보고 미국에 진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커서다. 그는 "IRA만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IRA 혜택이 끝난 후 사업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효과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고 미국 현지 투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을 극복하는 것도 박 대표의 주요 과제다. 중국 정부는 2010년쯤부터 자국 태양광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조업 굴기를 이루기 위해서다. 금융 지원 및 보조금 혜택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수가 줄어든 것도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해서다. 박 대표는 "O&M 및 A/S 이슈 등으로 비중국산 제품 수요가 큰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중국발 공급과잉은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쯤 완화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조직문화 개선에 힘써… 앞으론 후배들에 사업 경험 전수할 것"

박 대표 모습.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박 대표 모습.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공


박 대표는 2021년 8월 HD현대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취임 후 조직문화 개선에 특히 힘썼다. 부임 당시만 해도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 태동기부터 함께 하던 기업들도 불황을 이기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해도 안 된다'는 직원들의 인식을 '하면 된다'로 바꾸는 데 주력했다. 소통을 늘려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박 대표는 "회사를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직원들의 동기 부여가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 문화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앞으로는 직접 겪었던 경험을 직원들에게 전수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HD현대중공업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씨마크호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했었다. 풍력개발사업 관련 노하우도 상당하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전문화해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선 건강관리가 중요해 등산을 열심히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