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2021년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 전 상무. /사진=뉴스1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2021년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 전 상무. /사진=뉴스1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회사를 상대로 수년째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소액주주 등의 공감대를 이끌지 못하며 분쟁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으나 재발 불씨가 남아 있어 우려된다.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지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 불필요한 경영권 다툼을 지양해야 한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2021년, 2022년, 2024년 회사를 상대로 주주제안을 내며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는 2021년 자신을 사내이사로, 측근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냈다.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당시 재계는 평가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금호석유화학 노조는 "말도 안 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든다"고 지적했다. 회사 내외부에서 지지받지 못한 박 전 상무는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패했고 이후 회사에서 물러났다.


이듬해인 2022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을 제안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같았다. 당시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도 금호석유화학 편에 서며 당시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금호석유화학은 해당 주총 직전 연도인 2021년에 2조40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7422억원) 대비 224.3% 늘어난 규모다.

2024년에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와 연대해 금호석유화학을 공격했다. 박 전 상무에게 주주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내세웠다. 자사주 소각으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우호지분 확보가 어려워지면 박 전 상무가 반사이익을 본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관측된다. 자사주 소각 배경으로 꼽았던 주가 하락은 금호석유화학만의 문제가 아닌 불황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 전반적인 문제였다.


박 전 상무는 2024년 주총 표 대결에서도 패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를 비롯한 일반 소액주주들이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명분과 실리, 진정성이 없는 주주제안이 잇따르면서 일반 주주들의 피로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총 후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주주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됐다"고 했다.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수년째 수포로 돌아갔으나 한동안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상무가 꾸준한 주주제안을 예고한 탓이다. 박 전 상무는 올해 주총이 끝난 후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 및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모든 소액주주들과 함께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겹치는 등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지속하고 있는데 박 전 상무는 회사 상대로 분쟁을 계속해서 일으키려 한다"며 "주주제안이 잇따라 실패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쟁을 일으켜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본다"며 "분쟁을 지양하는 것이 박 전 상무에게도 이로울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