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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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아빠찬스' 그만…연두색 번호판 효과는


올해 1월 도입된 '연녹색'(연두색) 번호판이 구설에 올랐다. '특혜' 지적이 나온 고가 법인차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실효성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법인차 판매량은 새로운 정책 시행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현재는 사실상 원상 복귀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는 일반 등록 번호판과 구분되는 새로운 번호판을 도입하기 위해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한 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했다. 적용 색상은 '연녹색'으로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가 해당된다.

'집만큼 비싼' 슈퍼카, 업무용 논란

정부가 '업무용승용차 전용번호판'을 도입한 건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한 뒤 개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이후 국정과제로 추진됐다. 이른바 '아빠찬스'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지난 2년여 동안 연구용역을 비롯, 대국민 공청회와 전문가·업계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논의 과정에서 사적 사용과 탈세 문제가 제기되는 민간 법인소유, 리스차 외에도 1년 이상 장기렌트와 관용차도 동일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가격이 비싼 전기차 등을 감안, 배기량 대신 '가격'을 새 번호판 적용 기준으로 삼았다. 8000만원이 자동차관리법상 대형차(2000cc 이상)의 평균적인 가격대로 모든 차종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고가차 할증 기준에 해당하는 만큼 범용성, 보편성이 있는 기준임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2022년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개정안 및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되고 있다. /사진=뉴스1
2022년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개정안 및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되고 있다. /사진=뉴스1


게다가 당초 윤 대통령의 공약 취지가 고가 법인차(슈퍼카)의 사적사용 및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인 데다 모든 법인차에 적용하는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감안했다고 한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2018~2022년 5년간 신규 등록 차종은 1억원 초과~4억원 이하 차 중 71.3%가 법인차다. 4억원 초과 차종은 88.4%가 해당됐다.


법인차는 말 그대로 개인이 아닌 법인이 구매, 사용하는 차를 의미한다. 정부는 법인 업무용 차에 세제혜택, 경비처리, 부가세 환급,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업무용 차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면 추가로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로 인정된다. 9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이용하면 부가세 환급도 가능하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 승용차 신규 대수 중 법인 차 등록 비중은 28.4%였는데 수입차 법인 등록 대수는 3868대로 전년 동월 대비 31.4% 줄었다. 고가 럭셔리카 판매도 영향을 받았다. 3월 롤스로이스 판매량은 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 벤틀리는 11대로 60.7%, 포르쉐 349대로 43.1% 줄었다.

4월 들어서는 수입차 업체들의 가격 할인과 각종 대책이 나오면서 법인구매가 7904대로 전년 7943대 수준으로 다시 늘었고 비중은 36.6%로 올라섰다. 다만 연간 누적으로는 올해 2만5624대로 전년 3만582대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선 법인차 번호판 효과가 끝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법인차 규제, 가격보단 용도 초점 맞춰야

법인차용 번호판 시행 이후 고급차 브랜드 판매량이 일부 영향을 받았지만 다시 회복한 상태다. /사진=뉴시스
법인차용 번호판 시행 이후 고급차 브랜드 판매량이 일부 영향을 받았지만 다시 회복한 상태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이미 모든 법인차가 사적 사용 방지를 위해 운행일지 기록, 임직원 전용 보험 가입 등의 세법상 관리를 받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은 기존 세법상 관리 외에도 고가차에 대해 일반차와 구분되는 번호판을 부착하게 함으로써 사적 사용의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저가 차종은 회사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 과시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차 가격을 규정하고 새로운 번호판을 도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법인차 기준 가격을 낮추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수입차 업체들이 FTA 형평성 등을 들먹이면서 반발한다"며 "8000만원 이상 법인차가 줄더라도 7900만원짜리 법인차가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번호판을 만들고 사회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선 세금을 비롯한 많은 재원이 쓰이는데 법인차 혜택을 유지하면서 번호판만 추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이 특권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효과도 생겼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밀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