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미'는 몽골을 중심으로 투바 공화국 등 아시아 북부 내륙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창 장르이다. 서구 음악 애호가들은 80년대 후반부터 흐미에 주목하면서 아시아의 월드뮤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알파벳 언어권 기준으로는 정확한 발음을 표기할 수 없어서 '회메이', '회미'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우리의 음악과 문화가 알려지던 시기보다 훨씬 더 이른 때의 이야기다. 고전 음악이든 대중 음악이든 서구 음악 교육법을 배운 우리들로서는 이 흐미가 상당히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몽골 사람들은 목구멍의 공명을 이용해 소리를 내고 노래하는 특이한 발성법으로 자연을 표현했다. 바람 소리나 동물 소리 등 몽골 사람들이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자연의 소리를 목소리로 모방하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의 기본 과제는 같다는 명제를 몽골 사람들도 확인시켜 준다. 단지 방식만이 다를 뿐이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에서 시작한다. 서양 음악에 익숙한 우리들의 귀에는 낯설다 못해 기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예술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가 몽골 사람들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악의 가치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기 시작하면 흐미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아시아 변방의 음악이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의 또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대중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5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로큰롤은 당시에 매우 시끄럽고 이상하고 음란한 음악으로 평가를 받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60년대에 부흥을 맞이해 70년대에는 다양한 로큰롤이 젊은 세대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이 시끌벅적한 대중음악은 80년대부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애호가들이 존재한다. 헤비메탈 같은 로큰롤의 변형에서는 누가 더 시끄럽게 연주하고 노래하는지, 누가 더 거칠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아내는지에 음악 애호가들이 가치를 두기도 한다. 대중음악에서 이 로큰롤은 매우 중요한 장르 중 하나이다.

두 달 전, 전설적인 영국 록 밴드 이름을 연상시키는 몽골 록 밴드가 새 노래를 발표했단다. '더 후(The Hu)'. 몽골어로 사람이라는 뜻이다. 순간 아이디어가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름을 들은 서구 사람들은 친숙함을 먼저 느낄 것이고, 아시아 북부 내륙 지역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선사할 것이다.


이 몽골 록 밴드 더 후가 새로 발표한 노래는 순수 창작곡이 아니다. 원곡은 영국 출신 록 밴드 아이언 메이든이 1984년에 발표한 노래 '기병단(The Trooper)'이며, 크름 전쟁 때 영국 기병단의 희생을 조롱한 자조적인 노래다. 발표 당시 영국 현지 젊은이들을 비롯해 세계 로큰롤 팬들에게는 사회 비판적인 가사와 풍자를 담아 묵직한 음악 형식에 찬사를 보냈다.

사십 년이 지난 현재, 이 몽골 젊은이들은 선조들의 전통 가창 장르를 헤비메탈에 접목해 기존 서구 록 팬들을 흡수한다. 낯설고 어렵고 기괴할 수도 있는 흐미를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리는 형식을 몽골 밴드 더 후는 선택했다. 이들의 전략은 매우 훌륭하다. 더 후는 원곡의 영어 가사를 그대로 따라 부르지 않고 몽골어로 개사해 부른다.

이들의 노력은 단지 두 달 전에 시작한 것이 아니다. 8년 전부터 더 후는 전통 악기 마두금을 일렉트릭 기타처럼 개량해 전통 음악과 로큰롤을 넘나들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노력으로 이들은 서서히 자신들이 몽골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헤비메탈이라는 서구 대중음악 장르에 뛰어들었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과거의 영광을 잇지 못하고 몰락한 조국의 현재를 개탄하는 노래 '어째서'나 '칭기즈칸' 등은, 몽골 문화와 역사를 노래로 녹여 담은 것들이다.

더 후의 접근 방식과 비교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 대중음악계 가수들은 케이팝(K-Pop)처럼 만국 공통으로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식으로 국제성을 획득한 것 같다. 70년대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 가수들과 현대 창작 국악 연주자들이 시도했던 방식과도 비슷하다. 몽골 밴드 더 후처럼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는 방법은 어떨까. 물론 음악적 취향은 듣는 이들 각자의 몫이다.

황우창 팝칼럼니스트 /그래픽 김은옥 기자
황우창 팝칼럼니스트 /그래픽 김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