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국내 게임사 지분율. /그래픽=김은옥 기자
텐센트 국내 게임사 지분율. /그래픽=김은옥 기자


[S리포트]②미중 분쟁 흔들리는 텐센트… 한국, 중국 진출 '백척간두'


미국이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를 중국 군사 기업으로 분류해 제재 가능성을 높아지고 있다. 텐센트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당장 직접 타격은 없더라도 텐센트를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왔던 국내 게임업계가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일 중국 군수기업 134곳의 목록을 발표했는데 중국 IT 시장의 큰손 '텐센트'를 포함시켰다. 해당 명단은 중국군이 민간단체로 위장한 업체나 대학·연구 프로그램에서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군·민 융합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대상 기업은 내년 6월부터 미국 국방부와 거래가 금지되고 2027년엔 해당 기업이 공급망에 포함된 상품이나 서비스도 조달할 수 없게 된다.

국내 게임사들은 미국이 텐센트 제재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현지 유통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텐센트와 한국 게임사의 사이는 각별하다.


텐센트는 크래프톤(14.61%), 넷마블(17.52%), 시프트업(34.85%)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카카오게임즈(3.9%)의 지분도 보유해 한국 게임업계와 관계가 깊다. 단순 투자자 역할을 넘어 한국 게임사 대표작들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통과 운영 파트너로 활약했다.

대표적으로 넥슨 '던전앤파이터',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 '리니지',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은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텐센트는 이 같은 미국 국방부의 움직임이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CNN에 따르면 텐센트는 이번 등재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와의 오해도 풀겠다고 했다.

미국은 세계 게임 시장 왕좌를 차지하고 있지만 엄청난 인구 규모의 중국은 내수 시장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텐센트는 12억명이 쓰는 인기 채팅앱 '위챗'뿐 아니라 글로벌 테크 업체들과 스타트업에도 전방위적인 투자 행보를 하고 있다. 소셜플랫폼 레딧(Reddit), 소프트웨어 업체 스냅(Snap),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한국 게임사 전전긍긍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은 이러한 우려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6월 화웨이 등 중국 군수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시켰다. 화웨이는 이후 사업 전략에 차질을 빚으며 어려움을 껶은 바 있다.

구체적인 제재 사항은 아직 나온 바 없지만 해당 사례가 재현되면 텐센트와 긴밀한 국내 게임사들에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텐센트의 제재가 본격화되면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제재가 구체화되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대중국 압박이 강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미국 내 기업들이 텐센트와 거래를 거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미중 갈등이 전보다 극심해지면 텐센트와 가까운 국내 게임사들에겐 글로벌 파트너십 축소되는 등 악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미국 법인과 자사 게임 스튜디오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와 '언노운 월즈'를 운영하고 있고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펍지 스튜디오도 미국에 적을 두고 있다. 넷마블 역시 현지 법인이 있고 지난해 말 북미 자회사 '카밤'에서 '킹 아서:레전드 라이즈'를 선보였다. 시프트업의 경우 지난해 4월 공개한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가 한때 현지 게임 판매량 1위에 오르며 성과를 냈다.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게임사들이 텐센트를 경유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존 모델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텐센트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2017년부터 본격화된 '한한령' 이후 국내 게임업계의 움직임이 늦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