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국내 사업도 어려운데 정치 불확실성까지 가중돼 해외 수주에 타격이 우려됩니다."

최근 만난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업계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 같이 토로했다. 인건비와 자재가격이 뛰며 공사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혼란은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해외건설 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건설산업은 한국의 경제발전 역사에 중추에 서서 버팀목이 돼왔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반전시키고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를 일으키기 위해 국내 건설기업들은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첫 해외 진출 성과를 낸 이후 지난해까지 59년 동안 국내 건설업체들은 누계 1조달러(약 1457조원)의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는 한국의 건설업체가 해외 첫 수주를 달성한 지 60주년을 맞는 해다.


이 기간 기업별 해외 수주는 ▲현대건설 1454억8000만달러(약 212조2117억원) ▲삼성물산 924억달러(약 134조8208억원 ▲삼성E&A 898억달러(약 131조272억원) ▲현대엔지니어링 731억달러(약 106조6602억원) ▲GS건설 714억6000만달러(약 104조2673억원) ▲대우건설 702억8000만달러(약 102조5737억원) ▲DL이앤씨 479억2000만달러(약 69조9392억원) ▲SK에코플랜트 473억3000만달러(약 69조687억원) ▲두산에너빌리티 453억달러(약 66조1063억원) ▲HD현대 383억7000만달러(약 55조9933억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을 뚫고 371억1000만달러(약 54조396억원)의 해외건설 수주를 달성했다. 당초 정부 목표치인 400억달러(약 58조2280억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전년(333억1000만달러) 대비 11%의 성장을 이뤘다. 2022년 310억달러에 달성에 이어 3년 연속 성장의 쾌거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는 전년 대비 35% 성장한 500억달러(약 73조 5600억원)다. 경기 전망은 올해 더욱 어둡고 탄핵 정국에 따른 정쟁은 국내 건설업체에 대한 글로벌 발주사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할 것이 뻔하다.

한국만의 기술력으로 쌓은 신뢰와 빠른 시공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글로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는 건설업계의 국위선양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이 각 당의 권력과 이익에만 몰두하고 국가 경제 회복에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휘자가 부재중인 정부도 우왕좌왕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최우선 가치는 이윤 추구지만 이는 경제 선순환의 밑거름이 된다. 경기 불황 장기화를 뚫고 해외건설을 향해 뛰고 있는 팀코리아의 노력이 정치 대립과 정부의 무능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경기 불황으로 버텨온 고난의 시간, 이제는 정치권과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을 시간이다.
김창성 머니S 건설부동산부 차장 /사진=김은옥 기자
김창성 머니S 건설부동산부 차장 /사진=김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