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오피셜 트럼프'을 졸속으로 상장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가상자산 업계 1위 거래소 업비트의 고객확인(KYC) 미비 사태로 금융당국의 감시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흥행성만 고려해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서둘러 상장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코인원이 트럼프 코인을 상장한 과정을 두고 투자자 보호와 상장 절차 투명성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가 투명성 문제와 투자자 신뢰 위기로 흔들리는 가운데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다.

코인원은 이날 저녁 7시 트럼프 코인을 국내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했다. 빗썸 역시 다음날 오후 7시30분부터 거래지원을 시작했다. 해당 코인이 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장 검토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 맞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가상자산은 통상 상장 전 투자자 보호, 기술 안정성, 보안 체계 등의 면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코인원의 트럼프 코인 상장이 단기간 내 이루어졌는데 검증 절차가 충분히 이뤄졌는지와 상장이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았는지 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코인은 밈 코인(유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가상자산)으로 출시 당시 20센트 남짓이었지만 지난 19일 74.34달러까지 오른 후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메이저 코인들을 제치고 화제의 중심이었다. 코인 가격의 상승 이익이 상당 부분 '트럼프 그룹'에 귀속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했다는 이해 충돌 소지까지 일었다.

"상장 절차 문제 없어"… 글로벌 트렌드 따라가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 /사진=뉴스1, 코인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 /사진=뉴스1, 코인원


거래지원 절차 논란에 거래소들은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 자율규제안과 자체 거래지원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해 거래지원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검토 속도를 높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오피셜 트럼프는 여타 밈코인과 비교해 정보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재단이 직접 오피셜 트럼프를 발행한 만큼 밈코인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발행 주체의 신뢰성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서 기술구조와 토큰이코노미 등을 공개해 안정성도 갖췄다는 얘기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트렌드를 놓쳐 국내 투자자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상자산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USDT, USDC 등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59억47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가격이 고정되어있는 스테이블코인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어 일반 투자용으로 거래되지 않는다. 대부분 자산을 해외거래소로 이동하기 위한 수요로 풀이된다.

오피셜 트럼프 출시 후 인기를 끌면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피셜 트럼프는 바이낸스, Bybit, OKX 등 글로벌 대형 거래소들이 잇달아 거래지원됐으나 국내에선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로 거래지원 자율성이 크게 제한된 데다 해외 거래소 대비 신규 서비스 측면에서도 많이 부족한 탓에 투자자들의 엑소더스 현상을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의 이런 행보는 이번 KYC 사태 여파를 업비트만의 문제라고 본 것이란 시각이 많다. 금융당국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당장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확보에만 매달려 이러한 부분이 도외시되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