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요? 말도 꺼내지 마세요. 하루 만에 20% 상승해서 수백만원 넣었다가 일주일 만에 폭락해서 오히려 더 손해 봤어요. 테마주는 이제 쳐다도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주변 지인 권유로 테마성 급등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해 봤다는 개인투자자는 A씨는 지난달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주택담보대출로 '빚투(빚내서 투자)' 했다는 그는 손실금액을 메꿀 생각만 하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최근 증권업계에서 정치 테마주가 또 논란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와 엮는 테마주가 기승을 불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24년12월9일 이후 일부 정치 테마주 주가가 이전 대비 40%가량 급등하기도 하자 금융감독원은 특별단속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총선과 관련해 정치테마주 특별단속을 실시한지 8개월 만이다.

금감원은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임원이나 최대주주가 유력 정치인과 연관돼 있다는 단순한 사유로 주가가 급등락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정치테마주 지수는 계엄 사태 당일인 3일 이후 16일까지 일별 등락률이 최저 5.79% 하락에서 최고 12.98% 상승까지 매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의 일일 최대 하락률은 2.78%, 상승률은 2.43%에 그쳤다.

코스닥의 최대 하락률과 상승률은 각각 5.19%, 5.52%였다. 정치테마주 과열 양상이 뚜렷했던 셈이다. 사실 '테마주 열풍'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가덕도 신공항, 초전도체, 대상홀딩스, 총선 등 여러 키워드가 증시를 뒤흔들었다.

제22대 총선을 두달 앞둔 지난해 2월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UC버클리대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두 달 사이 178.0% 상승했고 세종시 테마주로 꼽혔던 플라스틱 배관자재 생산·판매 기업 프럼파스트의 경우 전날 장 개장 이후 상한가(479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끝은 대부분 급락이었다. 테마주의 허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테마주가 지배하면 투자자와 시장은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실적이나 연구 성과 등은 가려지고 단기 수익률만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적이 탄탄하고 미래 성장성이 커도 테마주로 주목받지 못해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가치투자 대신, 묻지마 투자가 유행할 수밖에 없다.

즉 자본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하면서 진정한 옥석 가리기가 어렵고 기업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테마주는 '운' 될 수는 있어도 '투자 수단'일 수 없다. 테마주의 달콤한 유혹을 끊어내고 건전한 투자를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머니S 시장경제부 전민준 차장
머니S 시장경제부 전민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