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머니S)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머니S)


[S리포트] ①이재용, 10년 사법리스크 마침표… '뉴 삼성' 동력 확보


삼성 계열사 부당합병과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년5개월 간 이어진 기나긴 법정공방 끝에 사법리스크를 떨쳐냈다. 경영활동을 제약하던 족쇄를 벗어난 만큼 이 회장을 중심으로한 '뉴 삼성'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지난 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1년 만이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제기한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주장을 물리쳤다.


향후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대법원 상고심은 1·2심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법률심'이어서 추가로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아서다.

사실상 이 회장이 이번 2심 판결을 계기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9월 검찰이 기소한 지 4년5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춘 반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검찰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애초부터 검찰의 기소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가 2020년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도입된 대검찰청 산하 위원회다.

검찰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무가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한 제도이지만 수심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검찰 스스로 개혁제도를 무력화한 채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심 재판부의 무죄 결정으로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10년 넘게 이어진 사법리스크에 마침표를 찍게됐다.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수사와 재판 등으로 이 회장이 법원에 출석한 횟수는 이번 부당합병·분식회계 사건까지 총 185회에 달한다.

경영활동에 매진해야 할 국내 1위기업의 총수가 현장경영과 해외출장보다 서초동 법원을 드나든 횟수가 더 많았던 셈이다. 총수 공백으로 인해 사실상 삼성의 경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현안 대응이 이뤄졌으나 리스크가 큰 신사업발굴과 대규모 M&A 투자 등에는 총수의 결단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회장은 해외출장을 비롯해 경영활동에 박차를 가하며 그동안 멈춰있던 '뉴 삼성' 도약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커진 상황에서 이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위기극복에 전념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항소심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제계도 이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번 2심 판결로 AI·반도체 분야 글로벌 산업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