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특사단./사진=청와대
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특사단./사진=청와대


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이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이다 발각됐다.

사건 당시 방한 중이던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수행하던 특사단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묵고 있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위해 특사단이 방을 비운 사이 괴한 3명이 침입해 노트북 내부 자료를 복제하다가 발각되자 도주했다. 후에 언론 보도를 통해 괴한들이 국정원 요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멍청한 한국 국정원 직원이 외국 특사의 컴퓨터를 훔치려 해"… 국정원치고 너무 허술했던 작전

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사진은 괴한들의 도주경로./사진=유튜브 '티슈박스' 갈무리
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사진은 괴한들의 도주경로./사진=유튜브 '티슈박스' 갈무리


해당 사건이 국정원이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허술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고등훈련기 T-50 수입을 논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보좌관 아크마트 드로지오는 사건 당일 오전 9시21분쯤 숙소에서 나왔다. 길을 나서던 아크마트 보좌관은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떠난 지 10분이 채 흐르지 않은 9시27분쯤이었다. 돌아온 방에는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낯선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아크마트 보좌관의 짐을 뒤지고 있었다. 아크마트 보좌관과 마주친 괴한들은 짐에서 노트북을 꺼내 방을 나섰다. 아트마트 보좌관의 신고를 받은 호텔은 19층 비상계단에 숨어 있던 괴한들을 찾아내 노트북을 돌려받았다.

이 사건이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무단침입으로 알려지자 국내외를 불문하고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일본 보수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멍청한 한국 국정원 직원이 외국 특사의 컴퓨터를 훔치려 했다"며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 비난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사건 신고 4시간 뒤인 2월17일 오전 3시40분쯤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사건에 대한 보안 요청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국정원 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보기관의 첩보활동에 대해서는 그 존재 자체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엔시엔디'가 국제관례고 정부도 이번 사건에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원인이 없는데 어떻게 경질을 얘기할 수 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우회해 표현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익을 위해 불문에 부치자"… 꺼림칙한 마무리

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사진은 T-50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2011년 2월16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침입했다가 발각됐다. 사진은 T-50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


특사단은 사건이 발생한 지 13시간 뒤인 밤 11시15분에서야 신고했다. 이는 국가 간 협상에 참여하는 특사단의 숙소가 무단 침입당하고 각종 협상전략 등이 담긴 노트북이 절도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늦은 신고였다. 일각에서는 '사건을 불문에 부치자'는 국정원의 제안을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거절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특사단의 태도는 다음날 돌변했다. 신고 당시 특사단은 "침입자들이 USB를 통해 자료를 유출했는지 조사해달라"며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다음 날 돌연 "(노트북 내의) 어떠한 정보에 대한 접근도 원하지 않는다. 노트북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특사단은 "향후 문제 삼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하고 노트북을 돌려받았다.

특사단을 이끌고 귀국한 하타 라자사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침입자들은 방을 잘못 알고 들어온 호텔 손님이었고 오해가 풀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발생 석 달 뒤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T-50 훈련기 16대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총 4억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