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달 종지부를 찍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지난해 1월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달 종지부를 찍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한미 오너 지분 감소… 향후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1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분쟁 당사자인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송영숙 회장이 신임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으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녀 측 승리로 분쟁 일단락… 오너 일가 지분은 '뚝'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일지.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일지. /그래픽=김은옥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임종훈 대표가 사임하고 송영숙 대표가 신규 선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 여부를 두고 오너 일가 모녀(송영숙·임주현) 측과 형제(임종윤·종훈) 측을 중심으로 시작된 분쟁이 모녀 측 승리로 마무리됐다는 의미다. 모녀 측은 분쟁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사모펀드 라데팡스를 우군으로 삼아 '4자 연합'을 구축하며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으나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개선 숙제는 여전하다. 오너 일가는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지난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주식을 매각했고 그 결과 회사 지배력이 약해졌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2020년 창업주 고 임성기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54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가 공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분쟁 초기인 지난해 1월 말 11.66%에서 분쟁 막바지인 지난달 말 4.99%로 6.67%포인트(p) 하락했다. 송 회장의 자녀인 임종윤 이사, 임주현 부회장, 임종훈 대표의 지분은 같은 기간 각각 5.44%p(9.91→ 4.47%), 1.05%p(10.20→ 9.15%), 1.29%p(10.56→ 9.27%) 줄었다.


오너 일가와 달리 신동국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82%p(12.15→ 14.97%) 늘었다. 신 회장 개인 회사인 한양정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최근 6.95%까지 확대됐다. 모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 회장과 한양정밀에 주식을 매각한 영향이다.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신 회장의 회사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셈이다.

신동국과 협력 지속 전망…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한미약품그룹 주요 주주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변화.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한미약품그룹 주요 주주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변화.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에 오른 송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두 차례 더 내야 하는 만큼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오너 일가의 회사 지배력이 더 약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고 임성기 회장 유산 상속 당시 상속세를 6차례에 거쳐 연부연납하기로 했는데 현재 4차례까지만 상속세를 냈다.

현 상황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와 신 회장이 공동으로 대주주 역할을 맡으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신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의형제'로 사실상 오너 일가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모녀와 신 회장은 독일의 한 약방에서 시작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한 머크를 롤모델 삼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두 개의 위원회를 통해 회사를 운영한다. 가족위원회는 머크 가문의 일원과 외부 전문가를 혼합해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한다. 선출된 파트너위원회는 회사의 최고경영진을 선임한다. 한미약품그룹 역시 머크와 같이 대주주는 이사회에서 회사를 지원하고 전문경영인이 선두에서 사업을 이끄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송 회장은 그룹 조직을 재정비해 안정시키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일에 매진할 예정"이라며 "더 발전된 한미사이언스 지배구조 체제는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