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 부장 /사진=김은옥
차상엽 부장 /사진=김은옥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을 때리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지 않겠다."

잘 알려진대로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가 지난 1월20일(이하 현지시각) 공식 출범했다. 트럼프는 취임 당일에만 26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임 대통령 조 바이든 정부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취임 이후 한 달 여만에 서명한 행정명령만 70개를 훌쩍 넘겼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1·6 국회의사당 폭동 관련자 전원 사면 ▲정부효율부 신설 ▲출생시민권 폐지 등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다양한 조치를 취임과 동시에 시행했다.

관세, 이민자 등 몇몇 키워드로 관심이 쏠렸지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큰 혼돈에 빠진 분야가 또 있다. 바로 스포츠계다. 트럼프는 지난 1월27일 트랜스젠더 군인 퇴출에 이어 지난 5일에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잇달아 서명했다. 세계적 흐름에 반해 성별을 남녀 이분법으로만 구분짓겠다는 의지다.


성전환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가 여부는 국제 스포츠계의 뜨거운 감자다. 물론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더 많은 토론과 공감대 형성 과정이 필요한 이슈다.

실제로 지난 2024 파리올림픽 당시 여자 복싱 66㎏급 금메달을 획득한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와 57㎏급 금메달리스트 린위팅(타이완)은 상대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몰아친 끝에 압도적인 기량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들을 상대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불공정을 주장하며 IOC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별을 거론하지 않고 패배를 받아들인 상대 선수들도 없지 않았다.


이들의 출전을 관장하는 단체의 목소리도 엇갈린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앞서 이들을 'XY염색체'를 가진 생물학적 남성으로 규정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을 관장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별의 구분을 '여권상에 표기된 내용'으로 해석해 이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했고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다.

이처럼 스포츠계에서 성별 구분은 각 단체별로 해석이 다를 정도로 아직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내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느냐는 전적으로 미국의 문제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국제 이벤트에서 강제적으로 적용할 경우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차기 미국 대선은 2028년 11월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집권 기간인 2028년 7월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이 열린다.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트럼프의 입장은 성전환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입국 자체를 막아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직 3년도 더 남은 2028 LA올림픽을 미리 걱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통과 타협 없는 일방적 명령을 고수하는 트럼프라는 점 그리고 그가 적어도 향후 4년간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국제 스포츠계 선수 성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