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예고대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해당 국가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간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단행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기존보다 10%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를 통해 마약류 '펜타닐'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된다고 주장,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강도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3대 교역국이자 무역적자 상위권 역시 이들 3개 국가이기 때문에 자국 이익을 위해 고관세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를 이용해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을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을 만든다. 케레타로 공장은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석 연휴를 맞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한 곳이기도 하다. LG전자도 멕시코 레이노사·몬테레이·라모스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TV·냉장고·전장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관세 적용은 두 기업의 북미 시장 경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각각 세탁기, 세탁기·건조기 공장만 보유한 반면 주요 경쟁사인 GE와 월풀은 현지 생산 비중이 높다. 제품 판매 가격 책정도 고심이다. 인상된 관세를 판매가에 미반영하거나 일부만 반영하는 경우에 시장점유율 선방은 가능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커지는 관세 압박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부 물량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등 일부 물량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도 냉장고 등의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숙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기업 모두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에는 신중하다. 관세 부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미국 내 생산 전환 시 인건비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인 1명의 고용 비용으로 멕시코에서는 8명의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 다른 국가 제품에 대한 고관세는 미국 가계 부담을 늘리고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미국 유통업체들도 제품 가격 상승을 예고한 상황이다.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코리 배리 최고경영자(CEO)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는 전자제품 공급망 상당 부분을 중국과 멕시코에 의존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장 이전보다는 기존 생산처를 유연화하는 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은 전 세계에 공장을 꽤 많이 갖고 있다"며 "어느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 또한 미국 생산 거점을 늘리기보단 이미 운영 중인 생산시설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은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관세 부과가 발효된 지 며칠 되지 않은 만큼 당장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