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2023년9월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영면 20주기 추모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2023년9월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영면 20주기 추모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니티와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을 해결하며 지주사 전환으로 납부해야 하는 양도소득세·취득세 등 세금 부담도 덜어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어피니티웨커티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GIC)이 주당 23만400원에 풋옵션 분쟁을 마무리 하며 교보생명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행 조특법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지주사를 설립할 때 지배주주가 지주사가 될 법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현물 출자하고 그 대신 지주사 발행하는 주식을 받는다. 이때 지배주주는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 취득가와 배정받는 지주사 주식 간의 양도 차익을 얻게 된다. 이 양도 차익에 대해 지배주주가 지주사 지분을 매각할 때까지 세금을 받지 않는다.


이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해 2000년 도입한 3년 한시 과세특례 때문이다. 특례는 일몰 연장을 거듭해 2026년 12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인가 신청을 하고 2026년 12월 전 금융지주사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교보생명은 조특법에 따라 양도소득세·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어피니티·GIC는 지난 7일 ICC(국제상업회의소)에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소한 건을 취하하고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을 각각 4350억원, 2150억원에 신한투자증권, 일본 SBI그룹 등 복수 금융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어피니티·GIC의 매각가는 2012년 투자원금(주당 24만5000원·양측 합계 6800억원)보다 낮은 수치다. 본래 주주 간 계약서에는 신 회장이 투자원금 이상을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낮아진 점과 어피니티·GIC가 13년간 배당으로 원금 상당수를 돌려받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본격화 한 교보생명과 어니피티 풋옵션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 됐다.

올해로 13년차에 접어든 이번 분쟁은 2012년 9월 FI(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GIC·IMM PE·EQT)이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들이며 불거졌다.

당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는 '2018년까지 IPO(기업공개) 불발 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IPO가 불발되자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2018년 10월 23일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후 신 회장측이 풋옵션 행사가격이 과도하다며 맞서면서 분쟁이 장기화됐다.

두 차례에 걸친 중재판정을 끝으로 2024년 12월 ICC 측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 가격 의무를 부여했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2025년3월7일 어피니티·GIC 측이 신 회장과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신 회장은 풋옵션 분쟁 해결을 통해 교보생명 지분(우호 지분 포함)을 최대 55.24%까지 확보하게 됐다. 신 회장(33.78%)과 가족 몫(2.58%)에 더해 분쟁 해결로 확보하게 된 어피니티와 GIC, 어펄마캐피탈 지분을 합친 수치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센터에서 '금감원장·보험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가 끝난 후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2026년 12월엔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할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도 지속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어피니티 측은 이번 거래에 대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와 협의를 거쳐 합의점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