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의 의료 AI(인공지능) 경쟁력이 주목된다. /사진=루닛
루닛의 의료 AI(인공지능) 경쟁력이 주목된다. /사진=루닛


유방암 조기 발견 신기원… 루닛 경쟁력 기반은 '데이터'


국내 1위 의료 AI(인공지능) 기업으로 꼽히는 루닛의 사업 경쟁력이 주목된다. 루닛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 경쟁력을 키웠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신뢰도 제고 측면에서 주효했다.

이미 업계 최고… 데이터 연간 '2000만장' 추가 확보

국내 주요 의료 AI 업체들의 2024년 매출.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주요 의료 AI 업체들의 2024년 매출. /그래픽=김은옥 기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의료 AI 기업 중 매출이 가장 많은 회사는 루닛이다. 루닛의 지난해 매출은 542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116.0% 성장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5월 볼파라 헬스(볼파라)를 인수한 덕분에 연결기준 매출이 증가했다는 게 루닛 관계자 설명이다. 루닛의 지난해 매출은 같은 기간 동종업계 주요 회사인 뷰노(259억원), 딥노이드(108억원), 제이엘케이(14억원)의 매출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루닛의 매출 성장 요인으로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 경쟁력이 꼽힌다.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중심으로 사업을 늘리고 있는 루닛은 업계 최고 수준인 30만장에 달하는 유방 데이터를 확보했다. 루닛이 인수한 볼파라가 매년 유방 데이터 2000만장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루닛의 의료 데이터 경쟁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의료 AI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대규모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2012년 이전엔 AI 모델이 단순했고 수작업 엔지니어링이 많았으나 딥러닝 기술이 발전한 최근에는 AI 모델들이 대형화되면서 필요한 모델 및 데이터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2020~2023년 AI 솔루션 구축에 필요한 모델 크기는 2012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100배 이상 증가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데이터 크기는 같은 기간 1만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루닛은 AI에 활용할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병원으로부터 관련 데이터를 구매하고 있다. 임상 과정에서 의료 데이터를 쌓아 AI 솔루션을 구축한 뒤 후속 업데이트 등을 위해 데이터를 추가 확보하는 방식이다. 루닛 AI는 초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데이터로 학습했지만 현재는 수많은 이미지와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정확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데이터 다양성 확보…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선제 조치'

사진은 루닛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 전략. /그래픽=김은옥 기자
사진은 루닛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 전략. /그래픽=김은옥 기자


다양한 인구 집단의 의료 데이터를 골고루 확보하는 전략 역시 루닛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루닛은 의료 데이터 확보 시 인종·성별·연령대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예컨대 황인·백인·흑인의 데이터 비율을 각각 33~34%로 맞추는 방식이다. 데이터가 특정 입구 집단에 치우치면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AI가 일관된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루닛은 AI 솔루션이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신뢰성 있게 작동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우선 병원으로부터 의료 데이터를 구매할 때 개인정보를 철저히 가린다. 연구기관과 데이터 협력을 하는 경우엔 가명화된 데이터만 활용하고 연구 계약 기간 종료 시 모든 데이터를 폐기 처리한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HIPPA(의료정보보호법)와 GDPR(개인정보보호규정)을 준수하며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있다.


루닛 관계자는 "기업들은 더 정교한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수작업 엔지니어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AI 기술발전으로 데이터와 모델의 크기가 함께 증가하는 필연적인 흐름을 적극 반영해 더 정교한 AI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종 기관에서 데이터를 반입할 때 원본 데이터 소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진다"며 "외부에서 가명화가 충분히 되지 않은 데이터가 들어오는 경우를 대비해 자체적인 가명화 시스템을 한 번 더 작동시키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2013년 딥러닝 스타트업으로 설립된 루닛은 2014년부터 의료영상 분야에 집중하며 글로벌 1세대 의료 AI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보완하는 판독 보조 솔루션을 개발하고 상용화했다. 의료영상 기반으로 새로운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찾아내는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주요 제품 및 서비스로는 암 진단 관련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