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여행의 향기] '맛 따라 꽃 따라' 봄빛 여행
채지형 한국여행작가협회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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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7 | 0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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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이성부 시인의 시 '봄'처럼 더디지만 봄은 결국 찾아온다. 3월의 바람결에 실려 사뿐사뿐 다가오는 봄. 겨우내 침묵하던 꽃 봉오리가 하나둘 생의 환희를 터트린다. 집 근처 공원의 노란 복수초는 수줍은 얼굴을 내밀고 오일장에는 봄의 향기로 가득 찬 식재료가 넘쳐난다. 메마른 마음에도 지친 몸에도 봄의 향기를 불어넣을 시간이다.
봄이 오면 경남 양산 원동리의 풍경이 아련하다. 초록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미나리 밭, 그 속에 스며든 봄의 기운 때문이다. 미나리의 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질감은 봄에 절정에 이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머리를 맑게 하고 갈증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이맘때 원동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줄기 끝이 싱싱한 미나리가 가득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벚꽃도 환상이다. 벚꽃 사이로 지나가는 열차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기차 소리를 벗 삼아 벚꽃 아래서 미나리 삼겹살과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다보면,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도 꽃잎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다.
미나리를 생각하면, 광주의 오리탕이 떠오른다. 오리탕 위에 고운 초록빛의 미나리가 한 아름 얹혀 있다.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미나리지만, 봄에 만나는 미나리는 더욱 싱그럽다. 오리탕을 먹을 때마다 이 요리의 주연은 오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깊고 진득한 국물을 머금은 미나리의 맛이 더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지친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 오리탕 한 그릇이 주는 위안은 봄바람처럼 상쾌하다.
봄을 대표하는 음식 중 으뜸은 도다리쑥국이다. 봄이 오면 여기저기에서 "통영에 도다리쑥국 먹으러 가야하는데"라는 말이 들려온다. 향긋한 쑥과 도다리, 그리고 된장 한 스푼이면 완벽한 봄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 산란을 마친 도다리는 부드러운 속살로 국물에 스며들고, 쑥의 은은한 향은 입안을 감싼다. 통영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도다리쑥국은 바다와 봄이 빚어낸 걸작이다.
봄나물 하면 냉이도 빠지지 않는다. 냉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해 누적된 피로를 씻어내는 데 그만이다. 살짝 데쳐 입안에 머금으면 봄의 정수가 스며든다. 냉이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는 서산이다. 봄이 깊어갈 때면 서산 유기방가옥 아래 가녀린 수선화가 애틋한 자태로 피어난다. 수선화에 취하고 냉잇국의 소박함을 맛보면, '아, 봄이로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봄철 별미 중 주꾸미 또한 매혹적이다. 어획량이 줄어 예전만큼 풍성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주꾸미와 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을 꼽는다. 동백나무가 선명한 붉은빛으로 피어나 봄의 열정을 노래하는 숲. 붉게 피어난 동백꽃 아래, 불 맛을 입은 주꾸미를 맛보는 일은 봄을 온전히 누리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봄이라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 바로 딸기다. 1월 담양 로컬푸드 매장에서 1kg에 3만원이 넘던 설향이 3월이 되자 1만원 대로 내려갔다. 거리마다 달콤한 딸기 향이 번지고, 카페마다 딸기 디저트가 봄의 축제를 연다. 한국산 딸기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 K-푸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도 논산에서 '논산딸기, 세계를 잇다'라는 주제로 딸기축제가 펼쳐진다. 27일부터 30일까지 맛있는 딸기를 맛보는 것은 물론이고 거리퍼레이드와 퍼포먼스 등 딸기를 소재로 한 다채로운 볼거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남도의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 일대에서는 '2025 순천미식주간'이 열린다. '낙안풍류'라는 미식투어를 비롯해, 전통시장을 거닐며 제철 식재료를 체험하고 이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까지 남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꽃과 미식이 어우러진 특별한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는 봄. 올해는 봄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며, 계절이 주는 선물을 하나하나 누려보자.
봄이 오면 경남 양산 원동리의 풍경이 아련하다. 초록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미나리 밭, 그 속에 스며든 봄의 기운 때문이다. 미나리의 진한 향기와 부드러운 질감은 봄에 절정에 이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미나리는 머리를 맑게 하고 갈증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이맘때 원동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줄기 끝이 싱싱한 미나리가 가득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벚꽃도 환상이다. 벚꽃 사이로 지나가는 열차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기차 소리를 벗 삼아 벚꽃 아래서 미나리 삼겹살과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다보면,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도 꽃잎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다.
미나리를 생각하면, 광주의 오리탕이 떠오른다. 오리탕 위에 고운 초록빛의 미나리가 한 아름 얹혀 있다.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미나리지만, 봄에 만나는 미나리는 더욱 싱그럽다. 오리탕을 먹을 때마다 이 요리의 주연은 오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깊고 진득한 국물을 머금은 미나리의 맛이 더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지친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 오리탕 한 그릇이 주는 위안은 봄바람처럼 상쾌하다.
봄을 대표하는 음식 중 으뜸은 도다리쑥국이다. 봄이 오면 여기저기에서 "통영에 도다리쑥국 먹으러 가야하는데"라는 말이 들려온다. 향긋한 쑥과 도다리, 그리고 된장 한 스푼이면 완벽한 봄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 산란을 마친 도다리는 부드러운 속살로 국물에 스며들고, 쑥의 은은한 향은 입안을 감싼다. 통영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도다리쑥국은 바다와 봄이 빚어낸 걸작이다.
봄나물 하면 냉이도 빠지지 않는다. 냉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해 누적된 피로를 씻어내는 데 그만이다. 살짝 데쳐 입안에 머금으면 봄의 정수가 스며든다. 냉이로 유명한 지역 중 하나는 서산이다. 봄이 깊어갈 때면 서산 유기방가옥 아래 가녀린 수선화가 애틋한 자태로 피어난다. 수선화에 취하고 냉잇국의 소박함을 맛보면, '아, 봄이로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난다.
봄철 별미 중 주꾸미 또한 매혹적이다. 어획량이 줄어 예전만큼 풍성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주꾸미와 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을 꼽는다. 동백나무가 선명한 붉은빛으로 피어나 봄의 열정을 노래하는 숲. 붉게 피어난 동백꽃 아래, 불 맛을 입은 주꾸미를 맛보는 일은 봄을 온전히 누리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봄이라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 바로 딸기다. 1월 담양 로컬푸드 매장에서 1kg에 3만원이 넘던 설향이 3월이 되자 1만원 대로 내려갔다. 거리마다 달콤한 딸기 향이 번지고, 카페마다 딸기 디저트가 봄의 축제를 연다. 한국산 딸기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 K-푸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도 논산에서 '논산딸기, 세계를 잇다'라는 주제로 딸기축제가 펼쳐진다. 27일부터 30일까지 맛있는 딸기를 맛보는 것은 물론이고 거리퍼레이드와 퍼포먼스 등 딸기를 소재로 한 다채로운 볼거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남도의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 일대에서는 '2025 순천미식주간'이 열린다. '낙안풍류'라는 미식투어를 비롯해, 전통시장을 거닐며 제철 식재료를 체험하고 이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까지 남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꽃과 미식이 어우러진 특별한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는 봄. 올해는 봄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며, 계절이 주는 선물을 하나하나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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