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원성 자자한 솔루엠… 정기 주총 앞두고 뒤숭숭
전성호 대표 불합리한 보수 지급·경영 투명성 문제 등 날선 비판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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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9 | 14: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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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부진이 지속되는 솔루엠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와 가족 중심 경영 구조가 논란의 중심이다. 솔루엠은 최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으나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솔루엠 주주들은 주주가치 정상화를 목표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불합리한 보수 체계와 경영 투명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주주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소액주주들이 가장 문제 삼는 건 전성호 대표의 과도한 보수다. 전 대표는 2023년 급여 9억5100만원, 상여 27억7500만원 등 총 37억26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등기이사 6명의 총 보수(52억8600만원)의 70%를 넘는다.
2024년 사업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3분기 동안 전 대표를 포함한 등기이사 3인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은 13억8800만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12억1100만원) 보다 증가했다.
전 대표의 보수는 동종 업계 기업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비슷한 규모의 LX세미콘 손보익 사장은 전 대표의 3분의1 수준인 연 12억1000만원을 수령했다. 에프앤가이드가 매출 1조~5조원대의 상장 중견기업 51곳의 대표이사 연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 대표는 8번째로 많은 보수를 챙겼다.
솔루엠 대표의 보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보수 규모를 자기 주도로 결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설명했지만 같은 기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은 시행되지 않았다.
솔루엠헬스케어, 재무 상태 악화 지속… "승계 기반 마련 위해 자금 투입하는 것 아니냐"
솔루엠의 가족 경영 체제도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경영 전면에 등장한 전 대표 두 아들의 검증되지 않은 경영 능력, 적자 자회사에 대한 지원 등이 입방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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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전동욱 상무(1986년생)는 기존 솔루엠헬스케어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채 지난해 9월 솔루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팀장 겸 상무이사로 취임했다. 차남 전세욱 상무(1988년생) 역시 지난해 9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ESL(전자식 가격표시기) 영업팀장에서 ESL 솔루션 비즈 디비전 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남 전동욱 상무가 사내이사로 있는 솔루엠헬스케어는 설립 초기부터 전동욱 상무의 승계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단국대 치과대학 출신 전동욱 상무는 2020년 온아치과그룹 대표로 취임하는 등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솔루엠헬스케어를 성장시켜 승계 기반으로 삼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솔루엠헬스케어는 2021년 11월 설립 이후 2023년 1분기를 제외한 모든 분기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손실은 18억원, 부채 총액은 42억원에 달해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솔루엠은 솔루엠헬스케어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수십억원을 지원한 데다 지분 61.98%를 보유하고 있어 연결재무제표에 솔루엠헬스케어의 실적이 반영된다. 지속적인 적자에 일부 주주들은 "승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 상태의 자회사에 무리한 자금 투입을 계속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한다.
전동욱 상무의 겸직도 논란이다. 그는 솔루엠의 상근 임원이면서 온아치과그룹 대표도 겸하고 있다. 상근 임원의 겸직이 법적 금지 사항은 아니지만 '상근'은 정해진 근무 시간을 채우며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개념이다. 두 조직에서 동시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 지 의문시 된다.
차남 전세욱 상무는 2023년 1분기 솔루엠 전략기획팀장으로 경영에 합류한 지 1년여 만에 ESL 영업 팀장을 거쳐 주요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사업부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 사업부를 맡아 내외부의 우려가 커진다.
전세욱 상무가 총괄하는 ESL 사업 부문 실적은 그가 팀장을 맡은 2023년 4분기 이후 지속 하락세다. ICT 사업부(ESL 실적 포함)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은 3422억6300만원, 영업이익은 435억8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7338억5800만원)과 영업이익(1218억6500만원) 대비 각각 54%, 64% 감소했다.
전세욱 상무가 ESL 사업부장을 맡는 과정에서 삼성전기 그룹장 출신의 전무급 임원 2명이 ESL 팀장(개발·영업)으로 강등되는 인사 조정이 이뤄진 것도 사내에서 반감을 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솔루엠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실적 악화까지 겹치며 경영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중책을 맡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며 "전세욱 상무 취임 이후 측근 중심의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솔루엠 "주주가치 제고 박차"
솔루엠은 자사주 소각에 이어 임원 연봉을 동결키로 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앞서 솔루엠은 19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으며 20일 소각 예정이다. 임원들도 연봉 동결에 동참했다. 솔루엠 관계자는 "임원들의 연봉 동결에는 전성호 대표의 강한 책임 경영 의지가 담겨있다"며 "평소 전 대표는 책임 경영을 강조해왔고 2023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때에도 인센티브(약 28억원)의 상당액을 회사 경영 안정을 위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번 임원 연봉 동결 결정은 지난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함께한다는 의미라는 게 솔루엠의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임원 보수 한도도 기존 대비 30% 축소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IR 활동을 실시 등 주주와의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자사주 소각과 같은 유통 주식 축소 전략은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ESL과 같은 주력 사업 확대에도 사활을 건다. 실적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주가 부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솔루엠 관계자는 "지난해 13개 현지 법인과 영업 사무소 신설하며 글로벌 영업망을 확충한 결과 유럽과 미주 등서 괄목할만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에만 유럽과 미주에 8000만 개 이상의 ESL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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