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이 법률상담을 부탁하였다. 얘기인즉슨, 어머니가 과거 친구에게 큰 돈을 빌려주신 일이 있는데 13년째 받지 못하여 지금이라도 소송이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어머니가 상대방 채무자에게 변제를 요청하신 적이 있는지, 또는 이자·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으신 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 그 권리가 실효되는 제도로, 일반적인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민법 제162조). 따라서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기 이전에 채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소멸시효 기간의 진행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민법이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는 청구, 압류·가압류,가처분 및 승인의 세 가지다(민법 제168조).


청구란 문언 그대로 자신의 채권을 채무자에게 청구하는 것으로, 소 제기, 지급명령 신청 등 법원을 통한 재판상 청구를 의미한다. 재판 이외에 문자메시지, 내용증명과 같은 방식으로 채무의 이행을 촉구한 것은 법률 상 청구가 아닌 최고(催告)에 불과하여 반드시 최고 후 6개월 이내에 다시 재판상 청구, 압류 등 추가 행위를 하여야만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두 번째 시효중단 사유인 압류나 가압류 및 가처분의 경우, 신청 후 취하하거나 법원에 의하여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압류 등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승인'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그 권리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무자가 자기 채무를 인정하면서 말미를 달라고 요청하거나, 채무의 일부를 변제하는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가 있는 경우, 채권자로서는 안심할 수 있을까?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종료된 시점부터 시효기간은 다시 진행된다. 따라서 채무자의 승인이 있었더라도 그 다음 날로부터 다시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되고, 채권자로서는 다시 10년 이내에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착수하여야 한다.

한편, 숙박료나 음식료 등은 1년, 불법행위로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나 임금채권, 이자채권 등은 3년으로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들도 있다.
복잡한 사회현상 속에서 사람 간의 대부분의 관계는 계약으로 규정되고, 계약의 내용에 따른 채권·채무관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을 기억하며 나의 권리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연빈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사진=김은옥
조연빈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사진=김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