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4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기업 보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판정 요건 등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 사진=뉴시스DB
산업통상자원부가 4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기업 보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판정 요건 등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 사진=뉴시스DB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안에 대해 입법 예고에 나섰지만 외국인 지배를 받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내용이 빠져 맹탕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 예고 내용을 보면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확대했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최대 15억원의 벌금을 65억원까지 확대하고 처벌 대상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넓혀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산업기술 침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올려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유출범죄를 예방하고 불법 이익 환수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핵심 사안으로 꼽혀온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조항들이 모두 배제됐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합병하는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나 신고 후 심사 절차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 의한 실질적 지배를 받지만 국내에 등록된 법인인 경우 산자부 승인과 심사를 모두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맹점이 있다.

산업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제5차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하며 타법 사례 등을 고려해 외국인의 범위를 조정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등록된 법인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경우를 '외국인'의 범주에 포함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타법 사례로는 '항공사업법'이 꼽혔다. 항공사업법 제54조는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이거나 '외국인이 대표 등기임원인 법인'의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국제항공운송사업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실제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철회한 것도 해당 조항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외국인 지배를 받는 국내 사모펀드를 규제하는 방안이 빠졌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기업 인수 및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최근 MBK가 인수를 시도 중인 고려아연도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고려아연의 핵심 자산 매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법률안 개정에 관한 의견을 좀 더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모펀드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도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을 외국인으로 본다. 미국 연방정부의 행정명령을 집대성한 연방규정집 'CFR'에서 외국인을 정의한 조항 '800.224'에 따르면 '외국인에 의해 통제되거나통제될 수 있는 모든 단체'를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