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큰 피해를 남기고 진화됐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시천면 인근 야산으로 번지는 모습./사진= 뉴시스
최근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큰 피해를 남기고 진화됐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시천면 인근 야산으로 번지는 모습./사진= 뉴시스


최근 서울 면적(6만520헥타르)의 80%에 달하는 규모를 초토화시킨 대형 산불이 진화됐다. 하지만 75명의 사상자와 엄청난 숫자의 이재민을 발생시키며 큰 피해를 남겼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대형 살수 헬기 부재, 고령 진화인력 등 진화 시스템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산림청에 따르면 봄에 주기적으로 비가 내려 산불 발생이 적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7년부터 대형산불이 매년 발생했다. 겨울이 건조하고 따뜻해지면서 12월과 1월 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1990년대 336건에서 최근 10년 동안 546건으로 200건 이상 늘었다.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 변화 그래픽./그래픽=클라이밋센트럴
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 변화 그래픽./그래픽=클라이밋센트럴


클라이밋센트럴(기후 과학을 분석·보도하는 비영리 뉴스 기관)에 따르면 국내 평균 기온은 1991~2020년 사이의 평균에 비해 4.5~10도 높다.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전남, 경남, 부산, 울산, 대구 등 남부지방에서 일 최고 기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진 만큼 더 이상 대형 산불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선제 대응 체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계획적 소각 통한 대형 산불 예방

호주와 미국에서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계획적 소각'을 시행하고 있다. 통제된 화재 또는 계획된 화재로도 불린다. 불이 번질만한 장소에 미리 불을 질러 연료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통제된 조건에서 가연성 물질을 제거해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 조치로 규정 소각을 사용하는 모습./출처=Joint Base Lewis-McChord 공공사업국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 조치로 규정 소각을 사용하는 모습./출처=Joint Base Lewis-McChord 공공사업국


최근 미국에서는 산림 연료량을 줄이기 위해 계획적 소각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특히 산불 위험 지역 주민들에게 집 주변 약 30m(100피트) 내 가연물 제거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산불이 주택지로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

호주도 '불쏘시개 농업'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산불을 예방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불을 주기적으로 지펴서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계획적 소각과 개념이 유사하다.

위성부터 드론까지… '5분 진압'을 위한 호주의 다층 감시 전략

블랙 서머(2019~2020년) 기간 호주는 일본의 기상위성 히마와리 8호가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사진 데이터를 활용해 산불 확산을 억제했다. 연중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화재 감시 기능과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10분 간격으로 위성사진을 분석한다.


호주는 전용 산불감시 위성 개발에 착수해 올해 내 1분 내 산불 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열화상 드론과 야간 무인기를 활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야간에도 산불 확산을 감시한다. 일부 드론은 화재 진압용 소화탄을 투하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히마와리-8 실시간 웹의 모습./사진=히마와리-8 실시간 웹
히마와리-8 실시간 웹의 모습./사진=히마와리-8 실시간 웹


위성→ 카메라→ 드론으로 이어지는 다층 감시체계는 화재를 최대한 일찍 발견해 '초동 5분 진압'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20분 내 출동, 13개 현 공동 대응… 일본의 '신속 초기진압' 시스템

지난 2월 이와테 산불 당시 일본 전역 13개 현에서 2000명 이상의 소방관과 군대가 투입됐고 헬기도 16대가 동원돼 10여 일 만에 불길을 잡았다. 인근 지자체 소방 인력과 자위대가 협력해 지상에서의 진화 작업을 수행했고 산불 발생 초기 1896가구, 4596명의 주민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진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혼슈 북부 도호쿠 이와테 현 오후나토시에서 지난달 26일 발생한 산불 피해 모습./사진=뉴시스
일본 혼슈 북부 도호쿠 이와테 현 오후나토시에서 지난달 26일 발생한 산불 피해 모습./사진=뉴시스


일본의 산불 대응은 '신속 초기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발화 20분 내 1차 출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근 지자체 간 소방상호협정을 맺어 경계 지역은 공동 대응하며 위성통신 기반으로 현장 영상과 기상을 실시간 공유하는 등 기술 지원도 이루어진다.

다중 경보시스템으로 갖춘 신속성

일본의 재난 경보 시스템은 '몇 초의 차이'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국가 시스템 전반에 반영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신속성을 갖추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중앙에서 발령 후 지방 행정 무선까지 도달하는 데 1초, 주민 전달까지는 4~20초가 소요된다.
J-ALERT 경보시스템 일본 재난관리 및 방송 시스템 현황./출처=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J-ALERT 경보시스템 일본 재난관리 및 방송 시스템 현황./출처=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을 통해 중앙정부(총무성 소방청)에서 보낸 경보를 전국 지자체와 주민에게 1분 이내에 전파한다. 지자체는 이 신호를 즉각 옥외 스피커, 휴대폰 긴급 속보, 라디오, 지역방송, 행정무선망 등 다양한 수단으로 동시다발 전송한다. 일본 전국 1,700여 개 기초지자체 모두가 연계되어 작동하도록 표준화돼 있어 국지적 재난이든 대규모 위기든 시차 없는 경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