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은옥 기자
/ 그래픽=김은옥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의 전망을 크게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에도 '갤럭시S25'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하고 D램 출하량이 선방하며 반도체 사업 부진을 최소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 향후 수익성을 점차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의 관세 정책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84% 늘고 영업이익은 0.15% 줄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1.69% 각각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7조1176억원, 영업이익 4조9613억원이었다.


지난 주만해도 매출 77조1177억원, 영업이익 5조1565억원이 예상됐지만 실적 발표가 임박하면서 전망치가 더욱 축소됐다. 시스템LSI,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며 실적 부진이 이어졌을 것이란 추정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망치 대비 삼성전자가 실제 거둔 실적은 매출은 2조원,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갤럭시S25의 판매 호조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25는 1분기 1350만대 가까운 출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가 안드로이드 기기들의 초기판매 집중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갤럭시S25의 AI 기능 중심 마케팅 소구점이 작동하면서 교체주기 도래에 기반한 하이엔드 수요를 자극시켰다"고 풀이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 사진=뉴시스DB
삼성전자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 사진=뉴시스DB


반도체 부문에서는 D램 출하량이 당초 가이던스를 상회하며 부문 실적 부진을 방어한 점도 실적 호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메모리 업체들이 단가 인상을 통보하는 등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이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범용 D램 제품인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1.951달러로 올해 최저점이었던 3월 3일의 1.722달러 대비 한 달 새 13.3%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지속되는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범용 D램과 낸드 재고가 소진되면서 향후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스마트폰 생산 거점인 베트남에도 46%의 관세를 부과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에 대한 별도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곳곳에 위치한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인공지능(AI) TV 행사에서 "관세 정책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그런 부분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전 세계 10개 생산 거점이 있어 관세에 따라 얼로케이션(생산량 할당)을 통해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