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국제 유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근심이 커진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데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부진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0.07달러로 전장보다 2.28달러(3.66%) 하락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28%(2.15달러) 하락한 배럴당 63.3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중국이 보복관세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도 내림세를 보인다. WTI는 지난 8일 59.10달러까지 떨어져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이후 4년 만에 배럴당 60달러선 밑으로 추락했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부과한 관세를 3개월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유가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경기가 꺾이면 원유 수요가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대중국 상호관세를 34%로 책정했고,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50%를 추가 부과키로 했다. 중국이 맞대응하자 9일에는 상호관세율을 125%까지 올렸다. 여기에 펜타닐 유입 명목으로 부과한 관세 20%를 합치면 대중국 관세율은 145%에 달한다. 중국 역시 미국산 수입품에 84%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


유가 하락과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로 정유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저유가에도 석유제품 소비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통상 저유가로 운전 비용이 감소하면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유가가 떨어진 만큼 수요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해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9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스1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인해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9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스1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줄곧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자격의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3.1달러에서 지난달 4.5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4월4일 1.8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10일 기준 3.66달러를 기록해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 저유가로 인한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이 꺾였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1~3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부정적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가 발생한 영향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들은 비싸게 사온 원유를 싼 값에 판매해 팔수록 손해를 본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879억원으로 전년 동기(586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전년 동기(4541억원) 대비 62% 감소한 169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전망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부진한 실적이 전망된다. 정유 부문만 따지면 영업손실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주영규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2024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캐나다, 멕시코산 원유 관세 정책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정제마진과 시황 전망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동량을 조정하고 초중질 원유 도입을 확대하는 등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