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이 배식하고 있는 모습./사진=강한빛 기자
자원봉사자들이 배식하고 있는 모습./사진=강한빛 기자


지글지글, 옥상 가득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제철 봄나물인 미나리를 듬뿍 넣은 전이 노릇하게 익어갈수록 조리사들의 얼굴엔 생기가 번진다.


"어르신들, 식사 전 노래 한 곡 먼저 들려드릴게요" 화려한 의상을 입은 가수가 무대 위로 오르자 어르신들은 두 손을 들고 "와아" 옅은 환호성을 내뱉는다.

얼핏 보면 동네잔치 같지만 이곳은 복지센터. 노란 조끼를 입은 조리사들도, 마이크를 든 가수도 모두 어르신들을 위한 마음 하나로 뭉친 봉사자들이다.
IBK기업은행 밥차./사진=강한빛 기자
IBK기업은행 밥차./사진=강한빛 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 방문한 수원시 연무동행정복지센터 앞에는 커다란 밥차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점심에 '참! 좋은 사랑의 밥차'를 몰고 와 지역 노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한다.


2012년부터 바퀴를 굴린 사랑의 밥차는 연무동행정복지센터 외에도 전국 30개 복지센터를 향한다. 지난해말 기준 누적 299만5000명이 무료로 식사를 했으며 이 기간 IBK기업은행이 밥을 안친 횟수는 1만1660여회에 달한다.

차량은 3.5톤 트럭 내부에 취사시설과 냉장, 급수설비를 설치해 1회 최대 300인분의 배식이 가능하도록 특수 개조됐다. IBK기업은행은 차량을 비롯해 급식비, 유류비, 자동차세, 취·등록세, 식탁 및 식기 등 물품 구입에 필요한 운영비도 함께 지원한다.


IBK기업은행은 지역 봉사단체와 온정을 더했다. 이날은 수원시에서 활동하는 울림봉사단, 한국여성지도자연합 수원시지회, 수원대사복나눔봉사단, 개인봉사자들이 참여했다. 복지센터 밖 어르신 안내부터, 조리, 배식, 이미용, 구강검진 등 분야를 나눠 힘을 보탰다.

수원시 장안구에 거주하는 박순영 어르신은 "센터에서 밥을 먹을 때면 금요일이 왔구나 싶다"며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밥도 먹고 센터에 와 수다도 떠니 좋다"고 전했다. 박 어르신은 "그래서 인지 밥맛도 좋다"며 웃었다. 밥차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새로운 일주일을 알려주는 달력 역할도 하는 셈이다.


오전 11시30분, 배식시간이 다가오자 센터 2층 대회의실 빈자리는 어르신들로 빠르게 채워졌다. 봉사자들은 식판에 음식을 덜어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에게 직접 가져다줬다. 급식판에는 쌀밥, 오징어국, 소불고기, 새우미나리전, 시금치무침, 김치가 가지런히 담겼다.

기업은행 밥차를 총괄하는 김현수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주임은 "오늘은 봉사자 40명과 어르신 300분 정도가 자리했다"며 "매주 300여분의 어르신이 찾아 주신다"고 전했다.

어르신들의 관심 덕인지 자리에 앉지 못해 대회의실 밖 의자에서 대기하는 '웨이팅(대기)'도 발생했다. "조금 기다리셔야해요" 봉사자의 말에 한 어르신은 "아이고 조금 늦었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을 안내 중인 봉사자./사진=강한빛 기자
어르신을 안내 중인 봉사자./사진=강한빛 기자


센터 1층에서 어르신을 맞이하던 윤병숙 한국여성지도자연합 봉사자는 "매주 어르신들에게 에너지를 드리러 오는데, 오히려 기운을 얻고 간다"며 "봉사라는 마음 하나로 뭉친 것 때문인지 봉사자들도 지치지 않는다"고 웃었다.

IBK기업은행은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생각으로 복지센터 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밥차를 몰고 있다. 홍수, 가뭄, 산불, 전염병 등 국가 재난상황으로 식사가 어려운 현장에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게 대표적이다.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봉사활동이 어려웠을 당시엔 도시락, 반찬 배달 등으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독거어르신, 급식을 먹지 못하는 아동, 청소년을 지원한 바 있다.

최근 전국적 산불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를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억원의 복구지원금을 전달했으며 산불피해 현장에 밥차를 파견해 무료급식도 제공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특별 지원이 전국적인 산불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피해 복구와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