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 7가지 제언'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2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었다. 사진은 이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이예빈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저출산에 버금가는 재앙입니다."

22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오는 6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에게 바라는 자본시장 제언을 위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 7가지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상법 개정이 증시 선진화로 가기 위한 첫 단추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와 민사적 책임 부여를 명확히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또 경영 활동에 대한 형사 처벌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에 앞서 피고가 증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에 일반인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기업의 내부 문서 등을 강제로 제출받아 불법 행위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한국에선 주주가 직접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기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승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다음으로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 회장은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회사의 현금(주주의 돈)으로 매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의 주체는 이사회"… '자본비용'이 중요

사진은 이 회장과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 /사진=이예빈 기자


그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세율 인하 등 합리적 과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 회장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초과하면 장기투자자도 배당에 최고세율 50%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이는 이중과세이고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서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배당소득세 분리과세하고 배당금 2000만원 초과 시 15~20% 세율 적용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중복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중복 상장이 가장 많은 국가라는 점을 들며 "미국과 일본 등 증시 선진국은 한 회사만 상장해 밸류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총 21조원의 메리츠금융을 지주사 전환 대표적 성공 케이스로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상장사 이사 선임 과정은 비민주적"이라며 "일반적으로 30% 내외 지분을 컨트롤하는 지배주주가 모든 이사들을 선임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주주들은 자기 의견을 대변해 줄 독립이사 선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며 집중투표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연금, 거래소, 의결권 자문사 등 많은 기관투자자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지, 해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도 한국 상장기업의 집중투표제를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는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다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 외부 전문가를 위원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밸류업계획 발표와 실천을 모든 상장기업에게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추진한 밸류업계획은 취지와 가이드라인은 훌륭했지만 거래소의 추진력이 부족했고 간판 기업들의 무성의로 용두사미로 끝났다"며 "밸류업에 진심을 보인 금융사들은 대부분 계획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주가 밸류에이션도 레벨업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밸류업 주체는 이사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사회가 중심이 돼 자본비용, 자본수익률, 밸류에이션 등 분석,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본비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회장은 "이사 임기는 1년, 전원 매년 재신임을 권한다"며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에서 선임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현재 한 명에서 두 명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권고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