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이 3021만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오버행 우려가 제기됐다. 부광약품 유상증자 개요. /그래픽=김은옥 기자


부광약품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주 물량이 기존 발행 주식 수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행되는 등 지분 희석 가능성에 소액주주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달 28일 3021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1주당 예정 발행가는 3310원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부광약품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생산역량 강화와 R&D(연구·개발) 활성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장 일각에선 대규모 물량에 대한 오버행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통상 악재로 여겨진다. 일반공모 청약이 미달될 경우 주관사가 실권주를 인수하게 되는데 이 물량에는 보호예수(지분 매각 제한)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오버행 우려는 주가 하락을 야기해 투자자 손실 위험을 키운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될 신주는 기존 발행 주식 총수(6845만4671주)의 44.1%에 달하는 물량이다. 기존 주식 수의 절반에 가깝다는 점에서 지분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경우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주주배정 유증으로 최대주주 지분 확대… 소액주주는 '속앓이'

사진은 부광약품 사옥 전경. /사진=부광약품


일각에선 이번 부광약품의 유상증자를 두고 최대주주인 OCI홀딩스가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를 취득해야 한다. 2023년 9월22일 지주사 성립요건을 충족한 OCI홀딩스는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22일까지 부광약품 지분 30%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OCI홀딩스는 기존 배정분에 더해 2·3대 주주의 신주인수권증서까지 매입해 120% 청약에 나설 예정으로, 지분율은 기존 11.31%에서 16.81%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OCI홀딩스가 지분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지분매입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이 수반될 수 있다는 게 부광약품 설명이다.


소액주주 중심의 종목토론방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OCI홀딩스가 싸게 매입해야 하니 주가가 오르겠느냐" "OCI홀딩스 지분 확대를 위한 유상증자 아니냐" "소액주주가 지주사의 총알받이냐"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되면서 주가도 출렁였다. 유상증자 결의 직후인 지난달 29일 부광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13.3% 하락한 3900원에 마감됐다. 이달 7일에는 장중 3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 OCI홀딩스는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부광약품은 투자심리 위축에 대응해 소액주주 보호에 나섰다. 이달 11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소액주주 보호 관련 위험 대응 부분을 보충했다. 부광약품은 유상증자와 관련해 주주 소통을 강화하고자 소액주주 전담 상담팀을 꾸려 유선 상담 등으로 관련 문의에 대응할 예정이다. 향후 청약 절차 및 권리 행사와 관련된 안내도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는 "당사의 최대주주인 OCI홀딩스는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배정받은 신주인수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예정"이라며 "주주 및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회사의 경영 전략 및 비전을 명확히 전달하고 유상증자 관련 후속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