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이 트리플 약세에 빠지자 연준 때리기에 나섰던 트럼프가 파월 의장을 해임할 의도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사진은 2017년 11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의 모습. /사진=로이터


주가, 국채, 달러화 가치 등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다.


관세 불확실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연준 흔들기'에 나서자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져 폭락을 거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발언을 번복해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파월 의장은 관세 정책으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을 드러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의 해임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등 거세게 '연준 흔들기'에 나선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커지자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대거 매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해임 발언 이후 전날 뉴욕 주요 증시는 모두 2% 이상 급락했다.

주가가 내려가면 국채나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증시 폭락 속 미국 국채 가격과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뚜렷해졌다.


지난 22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을 만나 "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며 "파월 의장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중 고관세에 대해선 "145%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JP모건체이스가 주최한 비공개 투자자 회의에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며 시장에 긍정 메시지를 거듭 던졌다.

미국 정부가 시장 달래기에 나선 직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66% 뛰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51%, 나스닥지수도 2.71% 상승해 22일 장을 마감했다. 달러는 지난 22일 장 초반 대비 1% 이상 상승한 143.21엔을 기록했고 스위스 프랑 대비로도 장 초반 1% 이상 급등한 0.8222스위스프랑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관련 발언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연준 등 미국 주요 기관들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측근이 일부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하려 할 경우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도 해임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어 트럼프와 파월의 미묘한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