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해운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신규 노선 확대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사진=뉴스1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미소를 짓는 반면, 해운업계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물동량이 오가는 미국-중국 노선이 위축되면서 국제 해상운임도 하락세다. 해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신규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이 운영하는 선박,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 선박은 1톤당 50달러, 중국산 선박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 소속 기업은 1톤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18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월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중 해운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한국으로 발주를 전환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50만CGT(표준선환산톤수·58척) 가운데 한국은 82만CGT(55%)를 수주해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승승장구 중인 조선과 달리 해운업계는 긴장 상태다. 미·중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지난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TF)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45%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예약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달 중순 기준 중국발 미국행 20피트 컨테이너 예약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국제 해상운임도 하락세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5일 기준 전주 대비 22.74포인트 하락한 1347.84를 기록했다. 1월 첫째 주(2505.17)와 비교하면 약 46% 줄어든 수치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특집 보고서를 발간해 미국의 운항 수수료 부과가 글로벌 해운 시장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진공은 타 선종 대미 미주 항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중국산 선박 비중이 큰 컨테이너선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이번 USTR 제재는 단순한 통상 규제에 그치지 않고 해운 시장과 공급망 구조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물동량 감소와 운임 구조의 재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선박이 적은 HMM은 직접적인 수수료 부담은 피했지만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변수가 많은 업종 특성상 리스크 최소화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성장 잠재력이 큰 유럽·인도·남미 노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MM은 지난 2월 인도와 북유럽을 잇는 신규 노선을 개척했다. 기존 FIM(인도-지중해), IAX(인도-북미 동안) 서비스와 연계해 인도 지역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2018년 운항을 종료했던 대서양 항로도 7년 만에 재진출했다.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과 미주지역을 잇는 'TA1'는 일본 해운사 ONE와 협업해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 46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이 투입됐다.

오는 4월부터는 아시아-남미 동안 구간에 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설한다. 노선명은 FL2(Far East Asia - East Latin America Service 2)로 한국에서 출발해 인도양, 희망봉을 지나 남미 동안으로 향한다.

HMM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항로 다변화, 친환경 선박 도입 등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