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활용업체 배터리솔루션즈의 상장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이미지투데이


킵스파마(옛 KPS) 자회사 배터리솔루션즈(구 세기리텍)의 상장 전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된다. 배터리솔루션즈가 연내 상장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높은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재고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당기순이익을 크게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것.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배터리솔루션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매출액은 1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성장했으며, 순이익도 103억원으로 전년(83억원)보다 23.7% 늘었다. 반면 영업현금흐름은 74억원으로 순이익과 비교해 큰 차이(28억원)를 보였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재고자산'을 늘려 순이익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분석한다.

배터리솔루션즈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84억원으로 전년(28억원)과 비교해 205.4% 늘었다. 국내 회계 기준에서는 재고자산이 증가할 경우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을 산출할 땐 재고자산 증가분은 제외하는데 이 때문에 배터리솔루션즈 사례처럼 격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매출원가율의 큰 변화가 없는 점도 의심되는 부분으로 꼽힌다. 지난해 배터리솔루션즈의 매출원가율은 87.2%로 전년(86%) 대비 소폭 상승했다. 경쟁사인 DS단석이 공개한 지난해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관련 원재료 가격은 1kg당 1327원으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는 재고자산을 과도하게 부풀려 순이익을 조정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금융위원회는 재고자산을 과대하게 부풀려 보고한 코스닥 상장사 '본느'에 대해 과징금 2억10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킵스파마 관계자는 "배터리솔루션즈의 지난해 상당한 충당부채(25억원)가 환입돼 이러한 차이를 보였다"며 "또한 재고자산의 경우 제품, 원재료, 재공품 등 종류가 다양하며 이런 재고자산의 증가는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나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현금 유입이 없는 복구충당부채 환입금은 7억원이었으며,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충당부채도 10억원에 그쳤다. 반면 순이익의 영향을 준 재고자산의 변동금액은 57억원으로 전년(5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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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회수 압박 및 이자 부담에 상장 서둘러

이처럼 킵스파마가 재고자산을 늘리며 배터리솔루션즈의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투자금 회수 우려'와 '높은 이자에 대한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킵스파마는 지난해 KB증권을 배터리솔루션즈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프리IPO를 통해 KB증권을 포함한 여러 투자자에게 배터리솔루션즈의 주식 309만7098주(300억원 이상)를 매각했다. 올해 2월에도 배터리솔루션즈의 지분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상장하지 못할 때는 킵스파마는 투자자들이 요구할 시 매각한 배터리솔루션즈의 309만7098주의 주식 중 241만3081주를 다시 매수(264억원)해야 한다. 또는 이를 다시 매수할 투자자를 구해야 한다. 공개된 계약 내용을 보면 해당 기간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배터리솔루션즈 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매수청구일까지 연 8%의 이자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EB 이자도 4%가 더해지는데, 최악의 경우 만기일인 2030년까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을 때 지급할 이자만 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킵스파마는 배터리솔루션즈를 연내 상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에 초기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위해서라도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문제는 배터리 관련 사업 업황이 좋지 못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도 있다. 예를 들면 2차전지 리싸이클링 기업 성일하이텍 주가는 2023년 3월 18만원대까지 상승했으나 현재는 3만3000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3년 상장한 DS단석 역시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문에서 PER(주가수익비율: 회사의 주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 15.54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 초 주가는 16만5064원까지(현재 조정 기준)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2만5000원대로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때 배터리솔루션즈의 현재 추정 기업가치는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편이다. 최근 배터리솔루션즈에 투자한 이들은 기업가치를 2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치를 지난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129억원) 기준으로 본다면 PER은 15.5배다. 이는 배터리 관련 기업에 대한 기대가 한창이던 지난 2023년 DS단석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문 밸류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자들이 큰 성과를 거두고 성공적인 '엑시트'를 하기 위해선 순이익을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순이익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은 난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계약서상 올해 말까지 상장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협의로 연기할 수 있다"며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