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 아파트' 분양가 293만원 상승, 연 관리비 22만원 절감
민간 ZEB 인증 의무화… 태양광 설비·에너지 기금 등 대체 방안 부상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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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건축 인증 제도인 제로에너지건축물(ZEB·Zero Energy Building) 설계 기준이 민간 공동주택(아파트)에 의무 적용됨에 따라 공사비·분양가 상승이 예상된다. 소비자 비용 부담은 대폭 늘어날 예정인 가운데 실질 에너지 절감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ZEB 설계 의무를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로 확대하는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개정안의 규제 심사가 진행돼 다음 달 30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ZEB는 건물이 생산·소비하는 에너지의 균형을 '제로'(0)에 맞춰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건설하는 공공주택은 2023년부터 인증 의무가 적용됐다.
ZEB는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00% 이상)부터 5등급(20% 이상)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민간 건설업체의 부담을 고려해 5등급 인증 의무화 대신 5등급에 준하는 설계 기준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축 민간 아파트는 5등급보다 완화된 13∼17% 이상 자립률을 인증받아야 한다.
5등급 수준을 충족하기 위한 추가 공사비는 가구당 약 130만원(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추산된다. 연간 약 22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6년 거주해야 추가 공사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업계에서는 ZEB 설계 의무화를 통한 관리비 절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5층을 기준으로 추가 공사비를 계산했지만 서울 등 도심은 용적률이 높아 35층 이상의 실증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울 시범 단지에서 실제 관리비가 절감됐다는 사례는 나온 적이 없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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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대체 수단 필요… 기여금·REC 건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성능 단열재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도입해야 하는데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5등급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소 293만원 상승하게 된다. 이는 정부 예상보다 2배 이상 높다. 대한건축학회는 ZEB 5등급을 충족하려면 공사비가 기존보다 26~35%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시공 난이도가 높아지는 점도 우려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태양광 패널이 많이 필요한데 초고층 아파트는 설치 가능 면적이 부족하고 경관 심의와 안전 문제 등으로 벽면 설치도 쉽지 않다"며 "효율성이 높은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에너지 기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각 대선 캠프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여금이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한 대체 인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ZEB의 민간 확대 적용은 당초 지난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주택 시장 침체 상황을 고려해 1년6개월 유예된 바 있다. 정부는 '탄소 저감'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추가 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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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