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8일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 강행에 대해 보험업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강행에 대해 "당국 승인 없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여의도 금감원에서 롯데손보 후순위채 조기상환 문제와 관련해 긴급 설명회 열고 "롯데손보는 현재 조기상환 요건에 충족하지 못한 상태이고, 감독당국의 승인이 없이는 조기상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순위채권은 유사시 자본대안적 성격이 있어 상환에 대해 까다롭게 제약을 걸고 있는데 롯데손보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조기상환에 나선 것"이라며 "전례가 없는 부분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에 자본적정성은 핵심적인 사안이며 (당국의 불허에도 조기상환을) 강행한다는 것은 종전까지 상상해본 적이 없다"며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더 취약하게 만드는 일을 강행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했다.

앞서 롯데손보는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할 계획이었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불허했다. 금융당국이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막은 이유는 롯데손보가 건전성 요건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이고, 이날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며 금감원에 맞섰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계약자 및 채권자 보호에 필요한 적정 재무요건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재무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라며 "롯데손보가 당기수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이익 보다는 필요한 자본확충 노력을 조속히 추진해 투자자 및 계약자 보호를 우선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후순위채는 보험회사의 재무상황 악화시 보험계약자 및 일반채권자 보호에 문제가 없도록 손실흡수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채권에 앞서 조기상환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순위채는 채권이지만 특별한 경우 손실흡수에 사용될 수 있어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지급여력(K-ICS, 킥스) 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K-ICS 비율이 150% 미만인 경우 조기상환을 위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토록 하고 있다.

당국 "롯데손보, 차환 발행 필요"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54.6%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손보가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킥스 비율은 크게 하락해 150%에 미달하는 만큼,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위해서는 차환 발행이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롯데손보는 현재 자사에 유리한 예외모형을 적용하고 있지만, 원칙모형 적용시 킥스 비율은 127.4%에 불과하다. 이에 금감원은 롯데손보는 차환 발행을 추진했으나 발행 조건에 필요한 투자수요를 모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자본시장법령 상 증권신고서는 개인 등 다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시서류로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중요 재무수치, 투자위험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돼야 한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지난해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됐음에도 지난해 3분기 수치만으로 1월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2월 12일의 하루 뒤인 13일에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발행예정일 하루 뒤 공시한 실적은 순이익 2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91% 급감했다.

금감원은 "잠정 재무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주식 또는 채권 공모발행시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증권신고서 심사시 잠정실적을 포함하거나 실적 발표 후 공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증권신고서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하고,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위험 등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기재누락 사항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해 롯데손보에 관련 투자위험을 기재토록 지도한 바 있다"며 "이에 롯데손보도 2월 증권신고서를 자진 철회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롯데손보 보험업법 위반"

롯데손보가 당국 승인 없이 추진하는 조기 상환에 대해 금감원은 보험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롯데손보는 일반계정 자금으로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고, 이는 계약자 자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계약자 보호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후순위채 조기 상환을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고, 롯데손보는 보험업감독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가 추진 중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후순위채 조기상환에 대해서는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이다"라며 "후순위채권 인수계약서에도 보험업감독규정 제7-10조 제5항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중도상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은 개별 회사의 건전성 이슈에 불과한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분간 금융시장 및 채권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에는 시장안정조치로 즉각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난 2022년 흥국생명 사례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상황이었고 해외 발행 채권이었던 반면,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고 롯데손보의 경우 국내 발행 채권이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